유럽연합(EU) 재정협약에 어긋나는 프랑스의 내년 적자예산안을 독일이 묵인해주는 방안을 두 나라가 비밀리에 논의 중이라고 독일 일간 슈피겔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EU의 재정적자 기준선을 초과하는 프랑스 예산안을 사실상 눈감아 주겠다는 것이다.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독일과 프랑스는 프랑스의 새 예산안을 EU집행위원회(EC)가 승인해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프랑스가 재정적자 감축 및 구조개혁 계획을 내는 조건으로 독일이 여러 차례 재정협약을 어긴 프랑스를 EC가 제재하는 것에 반대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슈피겔은 재정 긴축을 강조해온 독일이 프랑스의 적자 예산안을 눈감아 주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은 유로존 두 경제대국 간의 전면적 충돌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프랑스는 지난 15일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4.3%로 책정된 예산안을 EC에 제출했다. 이는 프랑스가 내년까지 재정 적자 비율을 EU의 재정협약 기준인 ‘GDP 대비 3% 이내’로 감축하겠다는 약속을 못 지키는 것이다.

이에 따라 EC가 프랑스 예산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고 프랑스가 벌금을 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프랑스는 당초 지난해까지 재정 적자 기준을 충족시키기로 했으나 경제 성장세가 더디다는 점을 들어 목표 달성 시기를 2015년으로 2년 연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2017년이 돼야 이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슈피겔은 “유로존 재정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재정협약 도입 당시 프랑스가 중추적 역할을 했지만 정작 프랑스가 이 제도를 이행하지 못하겠다고 버티는 상황”이라며 “EC를 대신해 독일이 프랑스와 원칙을 깬 예산안 묵인에 합의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