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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의 '요새화' 전략, 중국 공급망 차단…신뢰 쌓은 한국엔 기회 [글로벌 머니 X파일]
대한민국 생존 로드맵, '트러스트 커넥터' ②
서방의 블록화 가속
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핵심 조항 중 하나인‘해외우려집단(FEOC)’ 규정 대상 범위를 지난해 7월 'One Big Beautiful Bill'법(OBBBA)에서 확장했다. 새로운 FEOC 규정에 따르면, 중국산 설비나 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미국 내 청정에너지 프로젝트는 핵심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예를 들어 중국산 장비 비중이 올해 이후 완공되는 발전설비에서 일정 수준을 넘으면 IRA의 기술 중립적 생산세액공제나 투자세액공제를 박탈당한다. 미국이 지정한 중국 기업들이 관여한 경우 아예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특히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이 규정은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정부의 소유, 통제 또는 관할하에 있는 기업이 생산한 배터리 부품이나 핵심 광물이 포함된 전기차 및 에너지 설비에 대해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특히 중국 자본이 25% 이상 투입된 합작 법인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중국 기업들이 멕시코나 동남아시아를 경유해 시도했던 우회 진출로가 완전히 봉쇄됐다. 여기에 미 무역대표부(USTR)가 통상법 301조를 앞세워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관세를 기존 7.5%에서 25%로 인상하면서 중국산 배터리는 미국 시장 내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
그동안 중국이 저가 공세로 장악했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시장도 보조금과 관세 장벽 덕분에 한국 기업이 ‘가격 경쟁력이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EU 배출권 거래제(ETS)의 6개월 평균 경매 가격은 톤당 약 75유로 선에서 형성돼 있다. 탄소 배출 집약도가 높은 중국산 철강은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철강 산업은 여전히 석탄을 주 연료로 사용하는 고로 비중이 90%에 육박해 톤당 탄소 배출량이 약 2.1~2.3톤에 달한다.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중국산 철강은 톤당 최대 약 65유로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관련 전문 컨설팅 업체 'Global Efficiency Intelligence'는 추정했다. 반면 한국산 철강의 추가 부담액은 약 25유로 수준으로, 중국산의 38% 수준 정도로 알려졌다. 한국 철강사들은 국내 K-ETS(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이미 탄소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CBAM의 ‘기지불 탄소 가격 공제’ 원칙에 따라 EU 국경에서 부담액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대 수혜 국가는 한국?
바이오 제약 산업에서는 미국 의회가 주도한 ‘생물보안법’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명으로 최종 확정된 이 법안은 올해 바이오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전망이다. 이 법은 특정 바이오 기업을 ‘우려 업체’로 명시한다. 미국 연방 기관은 물론 이들과 거래하는 모든 기업이 해당 중국 기업의 장비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중동 정세의 불안은 한국 방산과 조선업에도 큰 기회를 제공했다. 미 해군은 자국 조선업의 쇠퇴로 함정 유지보수 능력이 바닥나자, 동맹국인 한국에 손을 내밀었다. 중국의 급격한 해군력 향상에 대응해야 하지만 미국 내 독은 포화 상태이고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은 최근 국내 거제 조선소를 방문해 “한국 조선소의 공정 관리 능력과 기술력이 미국 해안에 상륙하는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조선소에는 미 군함을 맡길 수 없는 보안 문제아 자국 조선소의 역량 부족을 언급하며 한국이 유일한 대안임을 강조했다.
방산 수출 역시 순항 중이다. 최근 한국 방위산업 수출액은 크게 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생산 라인 노후화로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독일, 프랑스 대신 '즉시 전력' 공급이 가능한 한국 무기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K-방산은 폴란드에 이어 루마니아, 영국 등으로 협력 대상을 확대하며 '자유 진영의 무기고'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다.
일각에선 최근 '장벽의 역설'이 한국 경제에 장밋빛 미래만 보장하는 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신뢰 비용’의 증가와 ‘지정학적 인플레이션’을 우려한다. 효율적인 중국산 공급망을 배제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대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상승이 결국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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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