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오늘은 ‘세기의 스파이’ 리하르트 조르게가 체포된 날이다. 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독일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9세이던 1914년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부상 후 요양 과정에서 마르크스를 접하고 열렬한 공산주의자가 됐다. 1929년 소련 군사정보국에 들어갔다. 영국에서 첩보요원으로 활동하던 중 독일 나치에 가입하라는 지령을 받고 신문기자로 위장해 진입했다. 1932년에는 기자 신분으로 중국에 들어가 상하이사변을 취재하며 중국공산당과 접촉했다.

이후 일본을 장악하라는 지령을 받고 1933년 요코하마로 갔다. 군국주의 신봉 기자로 위장하면서 일본 고위 관료, 주일 독일대사 등으로부터 다수 기밀 정보를 빼내 소련에 넘겼다. 특히 독일의 소련 침공 계획(바르바로사 작전)을 정확히 알렸으나, 스탈린은 이를 무시해 대패했다. 일본 관동군의 소련 본토 침공 계획이 없다는 사실을 알려 소련군이 병력을 유럽 동부전선으로 돌리게 한 것도 그였다. 젊었을 때 이혼한 뒤 수많은 내연녀를 두고 정보원으로 활용했다. 1941년 도쿄에서 무희로 일하던 일본인 애인 집을 찾아갔다가 일본 특별고등경찰에 체포됐다. 1944년 11월7일 교수형에 처해졌다. 프랑스 유력지 르피가로는 그를 ‘스탈린의 제임스 본드’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첩보활동이 만들어 낸 최고의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