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후 일본을 장악하라는 지령을 받고 1933년 요코하마로 갔다. 군국주의 신봉 기자로 위장하면서 일본 고위 관료, 주일 독일대사 등으로부터 다수 기밀 정보를 빼내 소련에 넘겼다. 특히 독일의 소련 침공 계획(바르바로사 작전)을 정확히 알렸으나, 스탈린은 이를 무시해 대패했다. 일본 관동군의 소련 본토 침공 계획이 없다는 사실을 알려 소련군이 병력을 유럽 동부전선으로 돌리게 한 것도 그였다. 젊었을 때 이혼한 뒤 수많은 내연녀를 두고 정보원으로 활용했다. 1941년 도쿄에서 무희로 일하던 일본인 애인 집을 찾아갔다가 일본 특별고등경찰에 체포됐다. 1944년 11월7일 교수형에 처해졌다. 프랑스 유력지 르피가로는 그를 ‘스탈린의 제임스 본드’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첩보활동이 만들어 낸 최고의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