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브랜드·디자인 중심의 기업경영 요구가 커지고 있다. 브랜드와 디자인은 이미 기업 경쟁력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삼성, LG, 현대 등 국내 대기업들도 브랜드·디자인 경영활동을 본격 추진해오고 있다.

세계적 브랜드 평가기관 인터브랜드가 최근 발표한 세계 100대 기업의 브랜드 가치 순위에는 애플, 구글, 코카콜라 등이 최상위에 자리잡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7위를 기록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국내 기업들도 100대 기업 순위에 포함됐으며 해마다 순위가 오르고 있다.

세계적 기업들은 동종 업체의 모방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는 권리인 지식재산권 확보에 사활을 걸 정도로 지재권의 중요성과 보호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매우 높다. 기업들의 지재권 관리가 강화되면서 브랜드, 디자인 관련 분쟁이 심화되고 있고, 그 손해배상 규모도 엄청나다. 지난해 발생한 애플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관련 트레이드 드레스(색채·크기·모양 등 제품의 고유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무형의 요소), 디자인 관련 지재권 분쟁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그러나 브랜드·디자인을 지식재산으로서 보호·활용하기 위한 정책시행에도 불구하고 실제 기업경영에서 상표·디자인 지식재산의 위상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최근 국내 기업의 상표관리활동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브랜드 경영활동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는 비교적 높지만, 관련 활동의 수행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식재산에 대한 인식은 확산되고 있지만 실제 투자나 활동은 미약한 수준에 그치고 있음을 반영한다. 또 통계청의 기업활동조사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2년까지 7년간 전체 산업의 국내 기업체 중 상표권 또는 디자인권을 보유한 기업은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2010년도엔 상표권, 디자인권 보유기업 수가 전년 대비 오히려 줄었고, 2011년도는 전년과 동일했다. 특히 디자인권 보유기업이 전체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낮은 편이다. 또 7년간 보유율 평균은 디자인권이 13.8%, 상표권이 29.4%에 불과하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지재권의 중요성과 보호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기업은 상표관리를 위한 체계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고, 지식재산을 관리하는 인력조차 없어 지재권의 획득, 사용 또는 활용, 분쟁대응과 같은 지식재산활동이 체계적,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있는 형편이다.

국내 기업의 여건을 고려할 때 정부의 지식재산경영 수립 및 전개에 필요한 지원 정책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기업들이 지식재산경영을 활성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기업 스스로 지식재산 경영역량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도 펼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기업 내 브랜드디자인 분야 지식재산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실무강좌 확대, 수요자 맞춤형 지식재산중심의 브랜드·디자인경영 매뉴얼 보급, 브랜드 및 디자인 관련 지식재산 전문인력 능력검정제도의 도입, 브랜드·디자인 지재권 CEO 포럼(가칭) 개최, 동일 업종 내 실무경험과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 지원 등의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특허 분야에서 시행되고 있는 지식재산경영 인증제도 및 관련 사업을 상표, 디자인 분야에서 벤치마킹하는 방안도 의미 있을 것이다.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하고, 창조경제란 시대정신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경영혁신 노력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기술 평준화에 따라 품질격차가 줄어들면서 상품구매 시 브랜드, 디자인이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지식재산활동이 필요하다.

최신원 < 한국상표·디자인협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