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노동시장 개혁, 일자리 창출의 필수조건
최근의 노동시장 화두는 일자리 예산 증액, 노동 개혁, 피케티 신드롬을 꼽을 수 있다. 정부는 나랏빚 증가에도 불구하고 2015년 일자리 예산을 올해보다 1조131억원 많은 14조2589억원으로 늘렸다. 노사정위원회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해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세계의 소득분배 악화 현상을 지적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에 대한 한국과 미국에서의 반향도 뜨거운 상황이다.

이 세 가지 주제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상의 한 나라 국민 네 명 중 한 사람은 300원의 고임금 일자리에, 다른 한 사람은 80원의 저임금 일자리에 각각 취업하고 있고, 나머지 두 사람은 저임금을 이유로 취업하지 않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모형1은 ‘피케티 모형’으로 현재 소득격차가 220원이나 되니 300원 일자리 근로자에게 20원만큼 증세를 하고, 이를 활용해 80원 근로자에게 20원만큼 복지지원을 해 격차를 180원으로 줄이자는 것이다. 모형2는 직업훈련, 취업알선 등을 강화하는 ‘적극적 노동정책 모형’으로 80원 일자리를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100원 수준의 일자리로 끌어올려 그간 저임금을 이유로 취업하지 않던 근로자 1명을 취업으로 유도하고, 기존 근로자도 직업훈련을 통해 100원의 일자리를 얻게 되는 모형이다.

마지막 모형3은 모형2에 더해 장시간 근무하는 300원 일자리의 근로시간을 단축, 180원 일자리와 120원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바꾸는 것이다. 이 경우 180원 일자리와 120원 일자리 하나, 100원 일자리 두 개로 일자리는 크게 늘어나면서 소득 격차도 많이 줄어들게 된다. 모형1→모형2→모형3으로 가면서 소득분배도 개선되고 고용률도 높아지게 된다.

최근 정부는 청년·여성·장년의 노동시장 진입을 촉진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되, 직업훈련을 내실화하고 노동시장 인프라 확충 등을 위한 일자리 예산편성을 공지했다. 저임근로자에 대한 단기 임금보조 성격의 직접일자리사업은 감축하고, 중장기 효과가 큰 직업훈련 체계를 강화하며 실업기간에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돼 사각지대에 추락하지 않도록 사회보장세를 지원하는 것 등 그 방향은 잘 잡았다고 판단된다. 또 이번 일자리 예산 증액을 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인 적극적 노동정책 지출 수준을 정상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러나 이런 일자리 예산 증액만으로는 고용률 70% 달성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현재의 정부 일자리 예산 증액은 모형2에 해당하며, 모형3으로 가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노동시장 개혁과 고임근로자의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가 전제돼야 할 것이다. 현재 시간선택제는 적은 예산으로 하다 보니 1년 동안 근로자 1인당 월 50만~60만원 한도로 지원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고임 노동시장에서 출산·육아 등을 위한 전환형 시간선택제 확대를 위한 컨설팅 및 모형확산, 초과근로를 줄이기 위한 직무재설계, 교대제 개편 등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인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다. 또 일자리 창출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시장에 성과주의 정착을 위해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고성과자와 저성과자에 대한 공정한 대우를 위한 노동제도 유연화 등 노동법과 인사관리상의 개혁이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이다.

노동개혁 없는 일자리 예산 증액은 저질 일자리 창출이라는 ‘무책임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일자리 예산 증액×노동개혁’의 곱셈 상호작용을 일으켜야 비로소 고용률도 높일 수 있으며 최근 악화되고 있는 소득분배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조준모 <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