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 위기 타개책 '톱스타 광고모델' 통할까
[ 오정민 기자 ] 가을로 접어들면서 패션업계에 새 광고 모델들이 대거 등장했다. 김수현(휠라), 신민아(라푸마), 고소영(조프레시) 등 톱스타들을 영입한 브랜드들이 눈에 띈다. 패션업계에선 옷 단가가 높은 가을·겨울의 매출 비중이 높아 한층 '빅모델'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1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휠라코리아는 스포츠 브랜드 휠라의 브랜드 신규 전속 모델로 배우 김수현을 기용했다. 기존 단독 모델로 활동하던 체조선수 손연재에 김수현이 가세했다.

휠라는 김수현의 이미지가 브랜드가 추구하는 '스타일리시 퍼포먼스' 방향과 잘 부합된다는 점을 모델 선정 이유로 꼽았다. 계약 기간은 올 11월부터 1년.

휠라 관계자는 "휠라가 세계 70여개 국에서 운영되는 글로벌 브랜드인 만큼 아시아권에서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김수현이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시너지 효과를 줄 것이란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선 상대적으로 뜨뜻미지근한 국내 영업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하고 있다. 회사 전체 매출에서 절반을 차지하는 국내 부문 매출은 지난 2분기 0.9%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2.8% 줄었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실적 개선을 이끈 홈쇼핑 채널은 국내 매출 비중이 10%까지 올라 온-오프라인 채널간 마찰 우려로 더 이상 공격적인 전개가 쉽지 않다" 며 "20% 내외(달러 기준)의 미국 부문 매출 성장세가 고무적이지만 시장 점유율이 1%로 중장기 실적 개선 여력을 논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제조유통일괄형의류(SPA) 브랜드 조프레시는 고소영을 모델로 내세웠다. 지난 5월 론칭 후 줄곧 해외모델이 등장하던 광고 전략을 급선회한 것.

조프레시는 일진그룹의 첫 패션업 진출 브랜드다. 브랜드 클럽모나코의 디자이너 조 밈란의 손길이 닿은 SPA란 점에서 화제를 낳았다. 그러나 초기 반응은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조프레시 관계자는 "초반에는 광고에도 해외 기준을 적용했지만 본사에 요청해 한국인 모델을 기용하기로 했다" 며 "고소영을 광고모델로 기용한 후 실제 매출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빅모델 기용은 아웃도어 업계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아웃도어 시장 10위권인 LF의 라푸마는 새 모델로 배우 신민아를 등판시켰다. 유아인·고준희 투톱 체제를 신민아로 바꿨다.

라푸마는 아웃도어 광고를 맡은 경험이 없는 패셔니스타인 신민아를 기용, 스타일을 강조한 새 아웃도어 경향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올해 매출 정체 등의 이유로 롯데백화점에서 일부 매장이 빠지는 등 난항을 겪어 새 모델 카드를 뽑아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블랙야크가 수입·판매하는 마모트도 아이돌그룹 출신 박형식을 배우 소지섭으로 바꿔 성수기 만전 대비에 돌입했다.

한동안 톱스타를 기용하지 않던 브랜드들도 광고경쟁에 뛰어들었다. LS네트웍스가 운영하는 몽벨은 이정재를, 휠라 아웃도어의 경우 송일국을 새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한 아웃도어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브랜드들이 제품 개선보다 스타마케팅에 집중해 비용이 제품가격에 전가되고 재고가 쌓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며 "시장 성장이 정체된 만큼 새로운 비전과 콘셉트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