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피스톤2’(왼쪽부터), 보조 배터리, 미밴드, 홍미 노트.
이어폰 ‘피스톤2’(왼쪽부터), 보조 배터리, 미밴드, 홍미 노트.
올 상반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밀어내고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샤오미. 샤오미의 스마트폰 주변기기가 최근 국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보조 배터리, 이어폰 등이 가격 대비 높은 품질을 인정받으면서다. 중국 스마트폰의 본격적인 한국 공습이 예고되면서 이 같은 현상은 ‘스마트폰 대전’을 앞둔 ‘전초전’ 성격으로 풀이된다.

◆샤오미 주변기기 돌풍

국내 샤오미 돌풍의 시작은 스마트폰 보조 배터리에서 시작됐다. 지난 4~5월 인터넷 커뮤니티 공동구매로 국내에 상륙한 샤오미 보조 배터리는 오픈마켓으로 유통 경로를 확장하면서 국내 시장을 평정했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이 제품은 7월부터 보조 배터리 부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9월 판매량은 7월보다 네 배 이상 늘었다.

샤오미 보조 배터리의 최대 강점은 1만400㎃h의 압도적인 용량이다. 아이폰6는 5번, G3는 3.5번, 갤럭시 노트4는 세 번 충전할 수 있다. 가격은 오픈마켓을 중심으로 2만4000원대다. 같은 용량 국산 제품(4만~6만원대)의 절반 수준이다. 성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내부에 들어가는 배터리셀은 삼성 LG 산요 등의 제품을 사용한다. 8월부터 샤오미 보조 배터리를 사용했다는 직장인 김정범 씨는 “국내 중소기업 제품보다는 중국 유명 브랜드 제품에 더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보조 배터리 외에 샤오미의 이어폰도 인기다. 샤오미의 이어폰 ‘피스톤2’는 자동차 엔진에 들어가는 피스톤 모양의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고급 이어폰에서나 경험할 수 있었던 뛰어난 저음 표현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얻었다. 가격은 1만6000원에 불과하다.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등을 통해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이 붙으며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독일 음향기기 명가 ‘젠하이저’의 60만원대 이어폰 ‘ie800’과 맞먹는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초기 웨어러블 산업 몰락 가능성

샤오미의 위협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샤오미는 8월 ‘미밴드’라는 스마트밴드를 중국에서 발매했다. 전화·문자 알람은 물론 운동량·수면 분석 등 대표적인 스마트밴드의 기능을 두루 갖췄다. 성능 면에서도 핏빗 샤인 조본 등 유명 제품과 별 차이가 없다. 주목할 것은 역시 79위안(약 1만4000원)인 가격. 현재 국내외에서 팔리는 스마트밴드 가격이 10만~20만원대인 것을 고려할 때 10분의 1에 불과한 가격은 위협적이다. 홍성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샤오미가 이끄는 중국산 웨어러블 기기가 국내에 상륙할 경우 국내 초기 웨어러블 산업이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샤오미는 ‘애플 워치’와 ‘삼성 기어’ 등에 맞설 스마트워치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저가 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되면서 웨어러블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지 주목된다.

◆중국산 스마트폰 공습경보

샤오미 군단의 주력 부대는 스마트폰이다. 샤오미가 중국 시장을 평정하면서 국내에서도 샤오미 스마트폰 공동구매에 나서는 소비자가 생겼다.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은 스마트폰 구매업체인 리퍼비쉬, G마켓과 함께 7월 말부터 샤오미 스마트폰 공동구매를 진행했다. 대상 제품은 ‘홍미’ ‘홍미노트’ ‘미3’ ‘미4’ ‘미패드’ 등이다.

정식 판매도 준비하고 있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정식 판매를 위해 알뜰폰 사업자인 CJ헬로모바일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는 지난달부터 알뜰폰 업체 미디어로그를 통해 대표 제품인 ‘X3’를 국내에 판매하고 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으로 외국산 스마트폰도 통신요금 할인이 가능해지면서 중국산 스마트폰의 위력은 더 강해졌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