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오르페우스는 최고(最古)의 성악가이자 연주자로 불린다. 노래와 연주로 명계의 왕 하데스를 감동시켜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되찾아왔기 때문이다. 지상에 돌아갈 때까지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약속을 어겨 결국 이별을 하게 됐지만 말이다. 수많은 후배 음악가들은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 신화를 소재로 곡을 만들었다.

고음악(古音樂·14~18세기 서양음악을 그 시대의 악기와 주법, 창법으로 연주하는 것)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악가로 손꼽히는 소프라노 임선혜 씨(38·사진)가 지난 10일 내놓은 독창 앨범 ‘오르페오(오르페우스의 이탈리아어 표현)’는 오르페우스 신화를 다룬 칸타타(바로크 시대의 성악곡)를 모아놨다. 이탈리아의 페르골레시와 스카를라티, 프랑스의 클레랑보와 라모 등 4명의 작품을 신화 진행 순서대로 배치한 것도 특징이다.

지난 10일 만난 임씨는 “사랑에 빠진 남자를 여자가 노래할 때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며 “노래 가사 역시 여자의 언어가 아니었는데 그걸 소프라노가 노래할 수 있게 곡을 쓴 작곡가의 의도도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 음반은 프랑스의 클래식 전문 음반사 아르모니아 문디를 통해 만들어졌다. 동양인 성악가가 이 음반사에서 독창 음반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르모니아 문디는 스타를 만들어주는 음반사는 아니에요. 스타가 되려면 훨씬 더 기교를 부리고 고음을 내는 곡을 해야죠. 데뷔 이후 15년 동안 지켜온 음악적 자존심을 담았습니다.”

임씨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뒤 1998년 독일 정부 학술 교류처(DAAD) 장학생으로 칼스루에 국립음대에서 공부했다. 23세 때 고음악계 거장인 벨기에 지휘자 필립 헤레베헤에게 발탁돼 모차르트 작품으로 고음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많이 알려진 노래를 하면 안되느냐는 질문을 많이 들어요. 그런 노래는 저보다 잘하는 사람이 많아요. 고음악을 하면서 느낀 독특한 매력을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겼어요. 낯선 노래지만 임선혜가 부르면 덜 낯설고 공감된다는 말을 듣는 게 목표입니다.”

그는 오는 15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2014 예술의전당 클래식 스타 시리즈’ 무대에서 번스타인, 헨델의 곡과 ‘진달래 꽃’ ‘입맞춤’ ‘금잔디’ 등 한국 가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