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륙하는 F-22 랩터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미국의 F-22 랩터가 일본 가데나 공군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가데나공군기지 제공
착륙하는 F-22 랩터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미국의 F-22 랩터가 일본 가데나 공군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가데나공군기지 제공
[현장 리포트] 日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를 가다…日 주둔 미군 "한반도 유사시 2시간內 출동"
지난 2일 오후 2시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 “‘슉’하는 부드러운 충격음과 함께 F-15 전투기가 훈련을 마치고 5분 간격으로 착륙했다.

가데나 기지는 주기지와 탄약저장고 등을 합해 1만1000에이커(약 44.5㎢)가 넘는다. 주한 미 공군이 사용하는 오산 기지와 군산 기지, 주일 미 공군이 주둔한 미사와 기지와 요코다 기지를 합한 것보다 넓다. 관계자들의 첫마디도 “우리는 크다(We are big)”일 정도다. 태평양지역 최대의 미군 공군기지다.

이곳에 주둔한 제18비행단의 슬로건은 “오늘 밤 날아오른다. 내일 이긴다(Flight Tonight. Win Tomorrow)”이다. 보유 중인 F-15C/D는 약 54대. 한국 공군이 갖고 있는 F-15K 60대와 맞먹는 물량이다. 더구나 우리 공군이 2017년께나 도입할 공중급유기를 15대나 갖고 있다. 공중전은 물론 지상공격도 가능한 아군의 F-15K와 함께 작전을 펼치게 된다.

오키나와에서 서울까지 거리는 1211㎞로 도쿄(1495㎞)보다 짧다. 평균시속을 고려하면 1시간30분, 늦어도 2시간 이내에 비무장지대(DMZ)까지 날아올 수 있다. 베트남과 중국 베이징, 평양, 중국 만주지역도 2시간대 비행권이다. 현지 관계자는 “미국 본토에서 출격하면 이보다 시간이 네 배 더 걸린다”며 “오키나와는 전략적 요충지”라고 말했다.

18비행단은 한반도에서 전면전이나 국지전이 발생하면 시차별전력증원계획(TPFDD)에 따라 출동한다. 이곳에서 출격한 전투기는 한국 영공으로 들어오는 적기를 요격하거나 격추하는 대공방어 임무를 맡게 된다.

뛰어난 스텔스 기능으로 현존 최강의 전투기로 일컬어지는 F-22 렙터도 작전이나 훈련차 이곳에 전개될 때가 적지않다. 연간 예산은 2억3000만달러(약 2400억원)에 이르며 6600여명의 장병이 이곳에서 근무한다.

가데나는 1950년 도쿄에 창설된 유엔사령부가 지정한 7개 유엔사 기지 중 핵심이다. 주일미군지위협정 등에 따르면 미·일 평화협정이 유지되는 한 유엔 회원국이 극동지역에서 분쟁에 개입하면 일본은 유엔 조치에 참여하는 군대를 지원하고 유엔 회원국은 유엔사 기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오키나와에 있는 미 1해병비행사단 항공기의 한반도 전개를 보장하는 후텐마 해병항공기지와 미 해병대의 작전을 지원하는 화이프비치 해군기지도 유엔사 기지다. 일본 본토에는 한반도와의 거리가 가까워 전쟁시 활용 빈도가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사세보 해군기지, 주일 미 육군사령부가 있는 캠프 자마, 미 7함대의 모항인 요코스카 해군기지, 항공기동사령부가 있는 요코다 공군기지 등 네 곳이 유엔사 기지다.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는 “후텐마 기지의 기능을 조정하고 해병대 병참 기지인 캠프 킨저도 10년 내 오키나와 북쪽으로 반환할 계획”이라며 “그러나 한반도 유사시 출동하는 제3해병원정대 출동에는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와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문제에 대한 한국의 우려에 대해 “미·일 동맹관계의 옵션이 확대되는 것일 뿐”이라며 “미국은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의 균형을 맞춰 포괄적으로 대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