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스키델스키 지음ㅣ곽수종 옮김ㅣ한국경제신문사ㅣ383쪽│1만6000원

‘돌아온 케인스(The Comeback Keynes).’ 타임은 2008년 다시 한 번 케인스를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 상태)으로 효용성을 의심받고, 1980년대 ‘작은 정부’를 주창한 레이건·대처 시대에 내버려진 케인스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러온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다.

저자는 ‘세계를 휩쓴 금융 재앙’의 원인과 발생 과정, 결과를 파고든다. 그는 위기의 근본 원인이 경제학의 지적인 실패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금융 규제 완화를 정당화한 것은 경제학자들의 실수였으며 규제 완화는 신용폭발을 유도해 급기야 신용경색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최근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이 끼친 손해는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한다.
신케인스학파도 비판 대상이다. 이들은 신고전학파의 ‘합리적 기대 가설’을 수용하면서 이 이론이 암시하는 지속적인 완전고용에 연연했으며, 시장실패에 대해서만 정부의 개입을 허용하는 이론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저자는 금융위기가 불러온 경기침체로 인해 여러 경제학파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케인스 이론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그는 케인스의 생애와 그의 이론, 케인스주의의 흥망성쇠를 역사학적인 관점에서 깊이 있게 풀어낸다. 경제학자와 경제관료뿐 아니라 윤리학자이자 정치철학자이기도 한 케인스의 모습도 보여준다.
저자에 따르면 케인스를 특정 상황에 적합한 경제학자로 인식하는 것은 두 가지 면에서 잘못됐다. 첫째로 케인스는 심각한 경기침체가 항상 시장이 그 자체로 방치될 때 발생한다고 믿었고, 그런 까닭에 정부의 역할이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째로 케인스는 윤리학자로서 평생 윤리적 목적과 부의 관계를 고민했으며 ‘돈에 대한 사랑’이 ‘선한 삶’으로 이끌 때만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만약 금융 분야 종사자들이 이런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면 세계 경제를 낭떠러지로 내몬 금융위기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시대와 상황에 상관없이 거시경제에 대한 케인스적 통찰이 ‘특수 이론’이 아닌 ‘일반 이론’으로서 유효하고 필요한 이유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