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쌓아온 신뢰 있어 출범 가능했죠…회사 수익 아닌 고객 수익률로 직원 평가"
신영증권의 APEX 패밀리오피스를 이끌고 있는 김응철 이사(사진)는 7일 “신영증권과 경영진이 40년 넘게 쌓아온 투자철학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패밀리오피스 출범은 불가능했다”고 잘라 말했다. 김 이사는 이날 신영증권 별관 10층에 있는 패밀리오피스에서 한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자산을 굴린다는 믿음이 없다면 누가 거액의 재산을 맡기고 개인적인 고민도 터놓고 상담할 수 있겠느냐”며 이같이 밝혔다.

신영증권은 자산관리 영업으로 전환한 2002년, 미국 월가의 투자은행(IB)에서 일하던 김 이사를 영입했다. 그는 “신영증권에 와서 처음 한 일은 신입직원을 6개월간 교육하는 아카데미를 만든 것”이라며 “1기 졸업생의 절반가량을 신설 대치센터로 배치하면서 고액 자산관리 영업의 초기 모델을 탄생시켰다”고 설명했다.

자산관리 영업이 서울 대치센터를 필두로 전 지점으로 확대되는 등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5년 전 김 이사가 패밀리오피스 출범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유였다. 그는 “2002년 자산관리영업으로 전환하면서부터 원종석 사장과 매년 한두 번씩은 해외 패밀리오피스 등을 방문해 모범사례를 연구했다”며 “이제 신영의 이름을 내건 성공모델을 만들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2010년부터 2년간 패밀리오피스 도입을 위한 전략회의가 계속됐다. 그간 만든 보고서만 600페이지 분량. 미국 일본 스위스 등의 패밀리오피스 사례와 한국의 상황에 적용한 모델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이 고스란히 담겼다. 결국 2012년 여의도 신영증권 별관 10층에 APEX 패밀리오피스가 문을 열었다.

김 이사는 “다른 증권사 관계자들도 패밀리오피스에 관심을 갖고 문의해 온다”며 “돌아오는 건 ‘부럽다’ ‘신영이니까 가능했다’는 말들”이라고 설명했다. 경영진이 브레인스토밍 단계부터 사업을 실제 진행할 때까지 자산관리 영업에 대해 일관된 시각으로 직원들에게 힘을 실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얘기다. 그룹 계열사나 금융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것도 이점으로 작용했다. 고객 정보 보호에 대한 신뢰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재밌는 점은 패밀리오피스 직원들은 성과가 아닌 고객 수익률로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가 회사 수익이 아니라 고객 자산의 수익률이라는 것. 김 이사는 “원 사장은 항상 ‘절대 고객의 돈을 잃지 말라’고 말한다”며 “고객의 수익률이 우리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패밀리오피스 고객 자산의 연평균 수익률은 20%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김 이사는 “최근 3년간 증시 상황이 리스크 관리를 할수록 수익이 높아지는 구조였다”며 “고객 수익률을 위해서라면 타사 상품에도 얼마든지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