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예산안 법정 기일內 꼭 처리를"
김무성 "여야 지도부 빨리 靑에 불러달라"
문희상 "경제살리기·국방엔 여야 따로 없다"
김 대표가 먼저 박 대통령에게 “문 위원장이 왔으니 대통령이 한 말씀 하시면 어떻겠냐”며 대화를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 회복의 골든 타임을 놓치면 안된다”며 “경제 살리기의 호기를 잡기 위해선 민생·경제법안 처리 등 야당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 여야 대표가 잘 좀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또 “지금 세수가 걱정이다. 경제가 어려우니 세금이 걷히지 않는다”며 “기업 경제가 잘 돌아가 세수가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위원장은 “대통령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화답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단기적으로 경제 활성화에만 너무 초점을 맞추면 지금 우리 경제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국가부채와 가계부채가 심화될 수 있다”며 “점점 팍팍해지는 서민들의 삶에도 좀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또 “국민 100%의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누님과 어머님 같은 모습으로 사회적 약자를 껴안고 보듬어달라”고 했다.
문 위원장은 남북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최근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내년이 남북관계 개선의 좋은 타이밍이 될 수 있다”며 “남북 관계 개선은 대통령 임기 중반에 해야 추진력이 붙을 수 있다. 저들이 손을 내밀 때 잡아달라”고 조언했다. 이어 “남북 문제는 외교 문제도 문제지만, 경제적으로도 새로운 출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의 손을 끌어당겨 문 위원장과 맞잡게 하면서 내빈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김 대표는 “문 위원장과 저는 오랜 기간 서로 잘 알고 이해하는 사이다. 앞으로 힘을 합칠 분위기가 될 것 같다”며 “문 위원장처럼 (지금 정치 상황의) 앞뒤를 잘 아는 경륜있는 분이 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으니 여야가 다툴 땐 다투더라도 꼭 해야 할 일은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야당 원내대표가 이번 주 새롭게 뽑히니까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한자리에 앉아 얘기할 수 있도록 빨리 청와대에 불러달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이 행사장을 떠난 뒤 이어진 김 대표의 축사 순서에선 김 대표가 갑자기 옆에 서 있던 문 위원장의 손을 이끌고 단상에 올랐다. 김 대표와 문 위원장은 단상 위에서 맞잡은 손을 들고 내빈들에게 인사를 해 다시 한 번 큰 박수를 받았다. 김 대표는 “지난 50년 동안 한국경제신문이 우리 경제의 길잡이 역할을 해주셔서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며 “지난 몇 개월 동안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 협상 때문에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드렸는데 지금부터 여야가 함께 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 이어 축사를 한 문 위원장은 “민생, 경제, 안보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정치권이 포퓰리즘을 두려워하고 국민과 활발히 소통해나가겠다”고 했다.
이정호/은정진/고재연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