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SK 등 대형 석유화학 업체가 밀집한 울산 미포국가공단. 기업 애로 점검을 위해 공단을 방문한 허만영 울산시 경제통상실장은 “1년 전만 해도 외국인 발길이 뜸했던 이곳에 요즘 다시 외국인 투자자들이 붐빈다”고 말했다. 울산시 외국인 투자지원단에도 공단 부지를 찾는 외국 투자 기업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외국인 투자 규모는 21억9900만달러 규모로 4600만달러에 불과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48배가량 증가했다.

○규제 완화가 투자 늘려

울산시는 이 같은 투자 급증에 대해 올 들어 본격화한 규제완화를 꼽았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지난 6월 취임 이후 미포공단 내 녹지공간에 대한 규제완화에 나서 최근 SK가스 합작사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APC로부터 1억3500만달러의 투자 유치를 성사시켰다. SK가스는 3월 공단 내 10만4000㎡ 부지에 2016년까지 합성수지 기초원료인 프로필렌 생산공장을 건립하기로 했으나 녹지 보호 규제에 가로막혀 차질을 빚었다.

김 시장은 정부에 건의해 공단 내 공장 건립에 따른 녹지 훼손분만큼 인근에 대체녹지를 조성하도록 규제를 풀고 지난달 사우디 APC의 알 가라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규제완화에 협조를 다한다는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이로 인해 SK가스는 합작법인을 세운 지 7개월여 만인 오는 15일 기공식을 열고 공장을 착공한다. 김 시장은 “투자를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규제완화와 정책 신뢰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역대 최대’ 해외 투자 유치

에쓰오일 최대주주인 사우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는 7월 한진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28%를 2조원에 사들여 지분율을 63%까지 끌어올리고 울산에 대규모 추가 투자를 약속했다.

정부와 울산시가 지난해 공장 지을 땅이 없어 8조원 투자를 미뤄온 에쓰오일에 한국석유공사의 울산 석유비축기지 터를 매입해 석유화학공장을 증설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준 것이 큰 힘이 됐다. 김 시장은 회의 때마다 “규제완화 과정에서 생기는 사소한 오류들에 대해 감사에 지적당할 것을 걱정해 주저해서는 안 된다”며 행정 조직에 규제 혁파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김 시장은 규제완화 과정에서 생기는 책임은 자신이 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개혁추진단도 신설해 총 162건의 규제를 발굴해 28건을 해결하고 108건은 검토 중, 나머지는 수용 불가 처리했다.

이런 규제완화 노력으로 올 들어 9월 말까지 울산지역의 외국인 투자 유치금액(신고 기준)은 21억9900만달러(15건)로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시(42억1100만달러) 다음으로 많다. 작년 한 해 4600만달러(13건)보다 48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시 관계자는 “역대 최대 외국인 직접투자를 이끌어낸 2011년 한 해의 6억5600만달러(14건)보다도 세 배 이상 많다”며 “외국인 투자 최대 실적 달성을 내년에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