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올 들어 지속된 원화 강세로 주가가 떨어진 정보기술(IT) 자동차 조선 화학 등 대표업종의 실적엔 ‘청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환율 민감도와 업황, 수급 상황 등을 모두 따졌을 때 주가 상승 가능성은 ‘IT>자동차>조선·화학’ 순이라고 진단했다.
탈진한 수출 4大 업종…누가 먼저 수렁 탈출할까
○IT, 외국인 이유 있는 저가 매수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로 IT주 주가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외국인들은 꾸준히 매수에 나서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사자’ 규모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지난달 전기전자업종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 금액은 8989억원으로 8월(4150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유승민 삼성증권 이사는 “올해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상대적인 저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IT업종은 대미 수출 비중이 높아 주요 수출주 중 달러 강세 국면일 때 이익 증가폭이 가장 크다”며 “원·달러 환율 상승이 지속될 경우 주가도 따라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7일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실적 발표가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는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된 만큼 오히려 불확실성 해소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114만1000원까지 밀려났던 삼성전자 주가는 실적발표를 하루 앞둔 6일 115만1000원으로 0.88% 상승했다.

○車, “급한 불은 껐다”

원·달러 환율이 1070원 근처까지 급등한 이날 증시에서는 자동차주들의 반등폭이 가장 컸다. 현대차기아차 모두 2%대 강세를 기록했다. 이미 나올 수 있는 악재가 다 나온 데다 이달 들어선 원화 대비 엔화의 상대적 약세도 한풀 꺾였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55원에서 1070원으로 15원 가까이 뛰었지만 엔화는 달러당 109엔대에서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지난달 판매대수가 38만9748대로 전년 동월 대비 6.7% 늘어나는 등 판매량도 회복되고 있다”면서 주가 반등을 점쳤다.

반면 미국 시장 점유율이 정체돼 있는 점과 외국인 매도가 지속되고 있는 점은 주가 반등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지난달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7.8%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포인트 줄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지난 2일까지 현대차를 834억원, 기아차를 373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조선·화학, ‘환율보다 업황’

조선·화학으로 대표되는 소재·산업재 업종은 원화 약세가 단기적인 호재이긴 하지만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반등이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뿐 아니라 중국 업체와 경쟁하는 국내 조선업체에 위안화 약세는 가격 경쟁력 약화 요인”이라면서 “원화가 약세로 전환한 것은 다행이지만 아직 주가 반등을 논하기엔 이르다”고 분석했다. 정유·화학주들 역시 국제유가 하락과 외국인·기관의 ‘팔자’가 지속되는 한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원화 약세가 호재로 반영되기 위해서는 투자심리 안정이 먼저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추가적인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오히려 증시 전반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지연/윤정현/김희경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