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글로벌 지식인' 秋史의 예술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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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 12~26일 가을 기획전 '추사정화'
'난맹첩' 그림과 '명선' 등 글씨 40여점 선봬
'난맹첩' 그림과 '명선' 등 글씨 40여점 선봬
추사, 완당, 묵소거사 등 다양한 호를 지닌 김정희(1786~1856)는 서예와 금석학·시문학·경학·불교에 두루 능했던 19세기 동아시아의 대표 지식인이다. 자신의 독특한 추사체뿐 아니라 문인화에서도 새로운 경지를 이뤘다. 그의 난초와 매화 그림은 시각적 재현이라기보다 서예적 필묵의 운용이 만들어낸 독특한 화법이다. 그림보다 글씨의 비중이 더 크며, 난초를 그린 획들의 굵기와 방향의 변화가 거의 없다. 마치 글씨를 쓰듯 그려나간 난초와 매화는 추사의 학문과 예술이 일치하는 이상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선시대 ‘글로벌 지식인’ 추사의 명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오는 12~26일 문화유산 보물창고인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추사정화(秋史精華)’라는 제목으로 열린다. 간송미술관이 1971년 일반에 공개된 뒤 추사 관련 전시만 11회째다. 추사의 다양한 면모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는 초의선사가 보내준 햇차에 감사하며 화답해 쓴 ‘명선(茗禪)’을 비롯 난 그림만 모은 ‘난맹첩’ 등 미술관 소장품 40여점이 선보인다.
추사가 젊은 시절 쓴 글씨부터 세상을 뜨기 직전 마지막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추사의 글씨로는 현존 작품 중 가장 크고 필치가 뛰어난 대표작 ‘명선(茗禪·차를 마시며 선정에 들다·57.8×115㎝)’은 대가의 진솔하고 장엄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추사의 대형 예서 ‘사야(史野·세련되고 조야한 멋)’, 30대 중반에 쓴 대형 행서, 간찰첩 형식으로 된 작은 글씨 등 서법을 넘나들며 붓을 자유자재로 놀린 추사 글씨의 대표작들도 관람객을 반길 예정이다. 1853년 추사가 68세 전후에 쓴 ‘계산무진(谿山無盡)’도 간송의 수장고에서 나와 따스한 미소를 뽐낸다. 안동 세도가 김수근의 호를 명필로 담아낸 이 작품은 추사체의 파격적인 미감을 자랑한다. 추사체의 진면목을 보여준 예서대련 ‘대팽고회(大烹高會)’와 ‘하정진비(夏鼎秦碑)’ ‘호고연경(好古硏經)’ 등도 나온다.
글씨 이외에 사군자 중에서도 특히 난(蘭)을 즐겨 그렸던 추사의 ‘난맹첩(蘭盟帖)’, 세한도를 연상시키는 갈필로 쓱쓱 그린 문인화 ‘고사소요(高士逍遙)’, 30여년 동안 난 치는 법을 배우고 익힌 끝에 터득해낸 난법의 요체 ‘적설만산’도 볼거리다. 특히 추사서첩 ‘서원교필결후’ 맨 뒷면에 붙어있는 ‘고사소요’는 쓸쓸하게 숲을 걷는 선비의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잡아냈다.
간송미술관에 몸담으며 추사를 40년간 연구한 최완수 연구실장(72)은 추사 글씨의 아름다움은 다소 서투른 듯한 졸박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1976년 나온 ‘추사집(秋史集)’을 대폭 고친 개정판을 최근 펴냈다.
최 실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외래 문화를 받아들여 한국적인 것으로 승화시킨 추사의 문화적 기질을 보여줌으로써 추사의 진면목을 일깨우고 그 의미에 대한 실마리를 잡기 위해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070)7774-2523
김경갑 기자 kkk1010@hankyung.com
조선시대 ‘글로벌 지식인’ 추사의 명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오는 12~26일 문화유산 보물창고인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추사정화(秋史精華)’라는 제목으로 열린다. 간송미술관이 1971년 일반에 공개된 뒤 추사 관련 전시만 11회째다. 추사의 다양한 면모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는 초의선사가 보내준 햇차에 감사하며 화답해 쓴 ‘명선(茗禪)’을 비롯 난 그림만 모은 ‘난맹첩’ 등 미술관 소장품 40여점이 선보인다.
추사가 젊은 시절 쓴 글씨부터 세상을 뜨기 직전 마지막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추사의 글씨로는 현존 작품 중 가장 크고 필치가 뛰어난 대표작 ‘명선(茗禪·차를 마시며 선정에 들다·57.8×115㎝)’은 대가의 진솔하고 장엄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추사의 대형 예서 ‘사야(史野·세련되고 조야한 멋)’, 30대 중반에 쓴 대형 행서, 간찰첩 형식으로 된 작은 글씨 등 서법을 넘나들며 붓을 자유자재로 놀린 추사 글씨의 대표작들도 관람객을 반길 예정이다. 1853년 추사가 68세 전후에 쓴 ‘계산무진(谿山無盡)’도 간송의 수장고에서 나와 따스한 미소를 뽐낸다. 안동 세도가 김수근의 호를 명필로 담아낸 이 작품은 추사체의 파격적인 미감을 자랑한다. 추사체의 진면목을 보여준 예서대련 ‘대팽고회(大烹高會)’와 ‘하정진비(夏鼎秦碑)’ ‘호고연경(好古硏經)’ 등도 나온다.
글씨 이외에 사군자 중에서도 특히 난(蘭)을 즐겨 그렸던 추사의 ‘난맹첩(蘭盟帖)’, 세한도를 연상시키는 갈필로 쓱쓱 그린 문인화 ‘고사소요(高士逍遙)’, 30여년 동안 난 치는 법을 배우고 익힌 끝에 터득해낸 난법의 요체 ‘적설만산’도 볼거리다. 특히 추사서첩 ‘서원교필결후’ 맨 뒷면에 붙어있는 ‘고사소요’는 쓸쓸하게 숲을 걷는 선비의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잡아냈다.
간송미술관에 몸담으며 추사를 40년간 연구한 최완수 연구실장(72)은 추사 글씨의 아름다움은 다소 서투른 듯한 졸박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1976년 나온 ‘추사집(秋史集)’을 대폭 고친 개정판을 최근 펴냈다.
최 실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외래 문화를 받아들여 한국적인 것으로 승화시킨 추사의 문화적 기질을 보여줌으로써 추사의 진면목을 일깨우고 그 의미에 대한 실마리를 잡기 위해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070)7774-2523
김경갑 기자 kkk10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