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성 대표 등 여야 의원도 만나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 두 번째)와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맨 오른쪽)이 4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황병서 북한 군 총정치국장(왼쪽 두 번째)과 최용해 노동당 비서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김무성 대표 등 여야 의원도 만나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 두 번째)와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맨 오른쪽)이 4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황병서 북한 군 총정치국장(왼쪽 두 번째)과 최용해 노동당 비서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2인자’로 불리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을 비롯한 핵심 실세들을 남쪽으로 보내 남북 2차 고위급 접촉을 수용한 배경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 1차 고위급 접촉 때처럼 전통문을 보내지 않고 최고 실세들을 대거 파견해 적극적으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북측은 2차 고위급 접촉 시기도 남측이 원하는 날짜에 정하도록 하는 등 한 발 물러난 태도를 보였다. 그동안 문제 삼았던 대북전단(삐라) 살포, 한·미 군사훈련 중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올 들어 잇달아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군사 도발을 일삼고 최근에는 우리 탈북단체의 대북전단을 비판하며 원점타격을 하겠다고 위협하던 것에서 돌변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군의 날 연설을 문제 삼으며 ‘악담질, 대결병’ 등 막말을 했던 것과도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중국과도 이상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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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서열 2위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지난 4일 정홍원 국무총리를 만나 “소통을 좀 더 잘하고 이번에 좁은 오솔길을 냈는데 앞으로 대통로로 열어가자”며 우리 측과 대화할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은 외교적으로 고립된 북한이 탈출구를 찾기 위한 방편으로 보고 있다. 최근 유엔총회에서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하자 압박감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달 초 강석주 북한 노동당 국제비서를 유럽으로 보내 관계 개선을 모색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이수용 북한 외무상도 15년 만에 유엔총회에 직접 참석했지만 ‘빈손’으로 귀국하면서 단절된 외교 관계를 풀지 못하고 있다.

‘혈맹’인 중국과도 이상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3차 핵실험 이후 급랭한 북·중 관계는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의 대북 원유 수출은 8개월 연속 중단된 상태다. 북한과 중국은 올해로 수교 65주년을 맞았으나 최근 양측 정상이 보낸 축전에서 협력과 동맹관계를 의미하는 문구가 삭제되기도 했다.

일본과는 납치자 재조사 문제에 합의했지만 진전이 더딘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에 막혀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모습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체제 이상 없다” 메시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함께 불거진 쿠데타와 감금설을 일축하기 위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 체제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메시지”라며 “김정은이 체육을 강조한 만큼 무게감 있는 인사를 보내 남북 문제를 풀고 실리를 챙기면서 업적을 내세우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대화의 문을 열면서 남북관계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핵문제와 관련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우리 정부로선 비핵화와 관련된 진전된 입장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요구해온 5·24 조치(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이후 취해진 제재)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취하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남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서 양보하지 않으면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남북 장관급 회담과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에 반전 계기가 마련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한과 교수는 “정상회담까진 시간이 걸리겠지만 박 대통령이 만날 의사를 표현한 만큼 과거처럼 장관급 회담 등은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대북 제재와 핵문제가 남북관계의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예진/김대훈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