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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인터뷰] "미래는 지금과 다른 글로벌 재주꾼 필요…가천대 10년내 톱10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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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구조조정 전도사…이길여 가천대 총장

    6년 만의 대학 통합 마치고 바이오·뇌 과학 집중 투자
    정부 대학특성화사업에서 수도권 대학 중 최다 선정
    안된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순간 가능성마저 사라져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국내 처음으로 4년제 대학을 통합한 혁신 사례를 살려 시대 흐름에 맞는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국내 처음으로 4년제 대학을 통합한 혁신 사례를 살려 시대 흐름에 맞는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경원대와 가천의과학대가 통합한 지 3년이 지났다. 2011년 8월 두 학교의 통합은 4년제 사립대끼리 처음 통합한 사례로 화제를 모았다. 두 캠퍼스의 15개 유사·중복학과가 합쳐졌다. 가천대는 단숨에 학생 수 기준으로 수도권 대학 중 3위(2만여명)에 올라섰다.

    경원대와 가천의과학대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대학 구조조정의 전도사로 불리는 이길여 가천대 총장을 지난달 25일 인천 구월동 길병원에서 만났다. 이 총장을 병원 앞에서 인터뷰하며 사진을 찍으려는데 벤치에 앉아 있던 환자들이 길병원 설립자인 그를 알아보고 먼저 일어나 인사했다. 이 총장은 환자들에게 다가가 “어서 쾌차하셔야지요, 힘내세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소설가 김주영 씨가 “이길여 총장은 언제 어디서 마주쳐도 웃지 않는 얼굴을 본 적이 없다”고 한 말이 떠올랐다.

    ▷웃음이 건강비결 중 하나라지요. 어떻게 늘 웃을 수 있습니까.

    “젊을 때부터 의사로서 환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웃다 보니 자연스럽게 웃는 얼굴이 된 거죠. 지금도 환자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껴안으면서 (곰살궂은 목소리로) ‘아이고 어떻게 오셨어?’ 합니다.”

    ▷50대 같습니다. 건강관리 비법이 따로 있습니까(이 총장은 80대다).

    “하하, 사실 나이 들면 걷는 게 제일 좋습니다. 요즘도 퇴근 후에는 집(인천 송도) 주변을 매일 1시간 이상 걷습니다. 골프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주 치려고 하고요.”(이 총장은 2010년 자신의 나이보다 적은 타수를 의미하는 ‘에이지 슈트(당시 78타)’를 기록해 주변의 감탄을 산 적이 있다.)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가천대 총장, 가천길재단 회장, 가천문화재단 이사장, 경인일보 회장, 새생명찾아주기운동본부 이사장, 가천미추홀청소년봉사단 총재, 서울대 이사까지. 일 욕심이 너무 많은 것 아닙니까. 스트레스도 많을 것 같은데.

    “제가 무슨 욕심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언론과 인터뷰하는 것도 스트레스일 수 있지요. 하지만 스트레스도 즐기면 즐거움이 됩니다. 저는 6·25 이전에 태어났지만 당시로선 많이 배웠고 사회 경험도 많이 했습니다. 병원과 학교를 운영하고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왔죠. 이런 사람이 가만히 놀고 있으면 되겠어요? 능력이 닿는 한 쉬지 말고 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도 걸어가야 할 산이 많습니다. 제 밑에 줄줄이 많은 식구가 있어요. 제가 그 선봉에 있습니다.”

    ▷열정적인 삶을 사는 원동력은 어디서 나옵니까.

    “소명(召命)의식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이, 의사가 돼서는 환자가, 가천길재단을 이룬 뒤에는 사회가 제 소명의 주체입니다. 할 일이 태산 같아도 여전히 즐겁습니다. 배우고 익혀서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소명입니까.”

    ▷가천대가 출범한 이후 대학 위상이 많이 높아졌습니다.

    “입학정원 규모 면에선 수도권에서 세 번째로 큰 대학이 됐습니다. 사실 그동안 누가 가천대를 알아주기나 했나요. 하지만 지난 7월 정부에서 지원하는 대학특성화사업에서 바이오융합·디자인·소프트웨어·금융미드필더·휴먼서비스·보건과학 등 6개 분야 사업이 뽑혔습니다. 앞으로 5년간 200억원을 지원받습니다. 수도권 대학 중에선 가장 많이 지원받는 것입니다. 총장 모임에 가면 다들 물어요. 비결이 뭐냐고요. 그래서 제가 인재보다 미래 트렌드를 읽을 줄 아는 글재(글로벌 재주꾼)를 키우겠다니까 정부가 통 크게 쓰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가천대를 10년 안에 10대 사학으로 성장시키는 게 제 목표입니다.”

    ▷조금 과한 목표 아닌가요.

    “물론 과한 목표입니다. 하지만 비전을 갖고 노력하면 된다고 봅니다. 1등 한다고 하면 2등은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1등 못한다고 그러면 절대로 1등을 못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목표가 중요합니다.”

    ▷대학 통합을 강행한 이유가 있습니까.

    “통합은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일본과 중국을 보세요. 좋은 대학이 널려 있지만 합치고 있습니다. 그만큼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거죠. 2005년 가천의대와 가천길대학을 가천의과학대로 통합했고, 2006년에는 경원전문대를 경원대와 통합했죠. 그리고 2011년에 가천의과학대와 경원대를 합쳤습니다. 6년 만에 국내 최대 규모의 대학 통합을 마무리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었죠.”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전신인 경원대를 방문했을 때는 ‘우리는 안돼’라는 패배적인 문화가 강했습니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책상과 의자조차 형편없었습니다. 직원들에게 ‘당신 자식이라면 이런 데 앉히겠느냐’고 혼을 낼 정도였으니까요. 학생들에게 선택하라고 하고, 가장 좋은 책상과 의자로 바꿨습니다. 안 된다고, 못한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순간 가능성은 사라집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말을 귀가 아프게 얘기했습니다. 불과 2년 만에 학생과 직원들의 문화가 바뀌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스스로도 놀란 일입니다.”

    ▷통합 가천대의 발전 프로젝트는 무엇입니까.

    “과거 경원대 교수와 교직원들은 코웃음쳤습니다. 우리 학교가 어떻게 글로벌 톱이 되느냐는 것이죠. 가천대로 통합하고 나서도 다들 반신반의했습니다. 하지만 3년 만에 글로벌 톱은 이미 메디컬 분야에서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2000억원 가까이 투자해 ‘뇌과학연구소’ ‘이길여 암당뇨연구원’ ‘가천바이오연구원’ 등을 만들어 운영한 결과가 나오는 것입니다. 뇌과학연구소에서 얻어낸 뇌지도는 치매나 뇌 질환 연구에서 획기적인 성과물입니다. 전 세계 내로라하는 연구기관에서 우리 뇌지도를 교과서 삼아 연구하겠다고들 합니다.”

    ▷의료 분야도 크게 성장했는데요.

    “가천대길병원은 인천 구월동에 본원, 남동공단, 동인천에 각각 분원을 두고 있습니다. 병상 규모로는 전국 6위 정도입니다. 암센터를 포함하면 1400여병상으로 단일 병원 기준 수도권 최대 규모입니다.”

    ▷결혼 안 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습니까.

    “솔직히 결혼할 생각은 안 했습니다. 연애한 적은 있지만 의사가 됐으니 더 많은 환자를 돌보자는 생각이었지요. 36세 때 재단을 설립해 전 재산을 사회에 내놓는다고 하니 어머니께서 걱정하셨어요. 자식도 없는데 제 노후는 누가 책임지느냐고요. 하지만 결혼 안 한 걸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안 할 것 같아요. 의사일 때는 환자가 제 사랑이었고, 지금은 나라와 사회를 위해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게 있나 싶어요. 하하.”

    ▷후계에 대해서도 고민하실 텐데요.

    “모든 사람이 태어나면 죽을 때까지 걸어갑니다. 평탄한 길을 걷느냐 굽이가 있느냐가 다를 뿐이죠. 내 뒤에 사람들(임직원)이 다 따라오고 있습니다. 어디까지 갈 거냐고 묻는데, 한없이 가는 겁니다. 직원들이 박애·봉사·애국을 실천하고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도록 튼튼하게 해놓는 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젊은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습니까.

    “자기 의자는 자기가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앉을 자리를 낮춰 놓으면 거기밖에 못 앉습니다. 여태껏 여자로서 고되지 않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내가 여자니까 못하거나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남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순간 떨어지는 겁니다. 스스로 멋있는 의자를 만들어 앉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길병원·가천길재단 설립한 국내 대표 글로벌 여성 리더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2012년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가 선정한 ‘세계를 움직이는 여성 150인’, 지난해 미국 주간지 포브스가 꼽은 ‘아시아 기부 영웅 48인’에 든 한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여성 리더다. 가천길재단 회장인 그는 1999년 인수한 경인일보 회장도 맡고 있다.

    △1932년 전북 옥구 출생 △1957년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1958년 인천 자성의원(이길여 산부인과 전신) 개원 △1968년 미국 퀸스종합병원 레지던트 수료 △1977년 일본 니혼대 의학박사 △1978년 의료법인 길병원 설립 △1998년 가천의과대 개교·경원대 인수 △1999년 경인일보 회장 △2002년 가천길재단 회장(현재) △2012년 가천대 총장

    이준혁/조미현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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