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최대 '공모주 장터' 선다
12년 만에 최대 '공모주 장터' 선다
마켓인사이트 10월5일 오후 3시12분

올 연말 12년 만에 최대 규모의 ‘공모주 장터’가 선다. 공모 규모가 조(兆) 단위인 삼성SDS와 제일모직을 비롯 약 50개 기업의 공모가 한꺼번에 몰린다. 이달 말부터 거의 매일 공모가 진행되면서 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치열해질 전망이다.

◆올 연말 50개 공모주 나와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상장심사를 받고 있거나 공모를 준비 중인 기업은 48개다. 한국거래소는 이달 말부터 연말까지 약 50개 기업이 상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분기 기준으로 2002년 1분기(65개) 이후 12년여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지난해 전체 상장사 숫자(40개)를 웃돈다.

통상 신규 상장사들의 공모는 2영업일간 진행된다. 이달 말부터 12월 말까지의 기간에서 연말 시즌을 제외하면 신규 상장사들이 현실적으로 청약을 진행할 수 있는 영업일은 40일 정도다. 매일 평균 2~3개 기업의 공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8일만 해도 슈피겐코리아, 교보위드스팩, 현대에이블스팩, 테고사이언스 등 4개 기업이 한꺼번에 공모를 벌인다.

◆기관투자가 수요예측 주목해야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공모주 투자를 위해서는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수요예측은 공모가 확정을 위해 일반 공모에 앞서 자산운용사나 연기금 등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공모의 한 절차다. 원상필 유안타증권 수석연구원은 “기관투자가들이 얼마나 몰렸는지, 가격은 얼마를 써냈는지를 파악하면 일반 공모에서의 흥행과 상장 후 주가 추이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쿠쿠전자는 지난 7월 수요예측에서 599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후 8월6일 상장 첫날에 시초가가 공모가(10만4000원)보다 73% 오른 18만원에 형성됐다. 기관투자가의 99.67%가 수요예측에서 희망공모가액(8만~10만4000원)의 상단이자 최종 공모가인 10만4000원 이상을 써냈다. 반면 올해 하반기 공모한 10개 기업(스팩 제외) 가운데 수요예측 경쟁률이 85 대 1로 가장 낮았던 화인베스틸은 시초가가 공모가(4700원)를 밑돈 4490원으로 정해졌다.

◆“상장 당일 매도가 유리”

수요예측 경쟁률이 높은 공모주는 일반 공모에서도 충분히 물량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올해 하반기 공모주 가운데 수요예측 경쟁률이 600 대 1을 넘은 트루윈과 감마누는 일반 청약경쟁률 1000 대 1을 초과했다. 초과된 청약증거금은 통상 2영업일 후 주금납입기일에 반납받기 때문에 그동안은 자금이 묶이게 된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에 투자하면 공모주 확보가 보다 쉬워진다. 이 펀드는 공모주의 10% 범위 내에서 우선 청약할 수 있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다만 신용등급 ‘BBB+’ 이하 채권을 펀드 자산의 30% 이상 담아야 하기 때문에 투자 위험 요인이 있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모주에 장기 투자할 생각이 아니라면 상장 당일에 매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올해 하반기 공모한 10개 기업 가운데 7개의 시초가가 공모가를 웃돌았다.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평균 45% 높았다. 반면 현재 주가(지난 2일 기준)는 공모가에 비해 평균 15% 오른 수준에 그쳤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공모주는 기관투자가들이 의무보유 기간이 지나 파는 오버행 문제가 있다”며 “상장 후 주가가 시초가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서기열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