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박근혜 대통령 예방을 거부했다.

정부 당국자는 5일 “오찬 회담 때 우리 측은 북측 대표단이 청와대 예방 의사가 있다면 준비할 용의가 있다고 언급했다”며 “이에 북측은 시간관계상 이번엔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고 소개했다. 박 대통령도 대표단을 만날 의사가 있다고 전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은 될 수 있으면 남한의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직접 만나 남북관계 등에 대한 약속을 받으려고 해왔다”며 “이번에 북한 대표단이 남측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은 박 대통령을 만나도 오찬 회담에서 합의한 내용 이상을 얻어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청와대 예방을 수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에 제2차 고위급 접촉을 하고 남북간 현안을 논의하기로 한 만큼 더 이상의 결과물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2009년 남측을 방문한 김기남 노동당 비서 등 북측 대표단은 체류 일정을 하루 연장하면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빈손’으로 귀환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 대표단을 만나 비핵화를 촉구하면서 이것이 이뤄지면 대북 지원을 할 것이라는 내용의 ‘비핵·개방 3000’ 원칙을 설명하는 데 면담시간 대부분을 할애했다. 따라서 이번에도 박 대통령을 예방해봐야 비핵화, 인권문제 등이 언급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피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 이후 북한이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입에 담기 어려운 문구를 동원해 비난한 상황에서 갑자기 태도를 바꾸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