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노조가 지난해 7월 아시아나항공의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착륙 사고에 대한 정부의 행정처분을 앞두고 ‘운항정지 명령을 내려야 한다’는 탄원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는 보도자료를 30일 내놓자 ‘지나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 노조의 탄원서는 지난 25일 아시아나항공 노조가 국토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청원서를 낸 데 대한 대응 성격이 짙다. 하지만 “아무리 경쟁사라지만 노조까지 나서 엄중처벌을 요구하는 건 ‘상(商)도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 일반직 노조(조종사 제외)는 지난 29일 제출한 탄원서에서 “조종사 과실로 적지 않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낸 데 대해 면죄부를 받는다면 누가 항공 안전을 위해 막대한 투자와 훈련을 하고 안전대책을 강구하겠느냐”며 “아시아나항공은 마땅히 운항정지 처분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호 대한항공 노조위원장은 “사고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도 정부 행정처분이 나오지 않고 있어 탄원서를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조종사와 승무원, 일반직 등을 포함한 아시아나 4개 노조는 다음달 행정처분을 앞두고 징계 수위를 낮춰달라는 청원서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아시아나 노조는 청원서에서 “운항중단 처분이 내려지면 수요 대부분을 외국 항공사가 흡수해 소비자 불편과 함께 막대한 국익이 감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 노조의 탄원서 제출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측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항공업계에선 사측도 아닌 노조에서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경쟁사를 깎아내리는 건 볼썽사납다는 지적이 많다. A항공사 관계자는 “언제 사고가 있을지 모르는 게 항공업계인데, 경쟁사 사고에 대해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모습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