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 대회 출전…좌절의 끝에서 얻은 교훈 '연습'
레이싱 대회 출전…좌절의 끝에서 얻은 교훈 '연습'
꼭 한 달 전 일이다. 8월30~31일 전남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KIC)에서 열린 2014 넥센스피드레이싱 3전에 출전했다. 전달에 이어 두 번째 출전이다.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첫 출전 당시 드라이빙수트부터 헬멧, 장갑까지 모두 빌렸지만 이번에는 모두 장만해 착용했다. 차량도 현대자동차 투스카니에서 미쓰비시 이클립스로 업그레이드됐다. 출력은 350마력으로 비슷한 수준이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투스카니는 앞바퀴 굴림이지만, 이클립스는 4륜 구동이다. 일반적으로 4륜 구동의 접지력이 더 좋다고 알려져 있다. 자신감은 더 커졌다.

레이싱 대회 출전…좌절의 끝에서 얻은 교훈 '연습'
기자가 참가한 경기는 레이싱 입문자들을 위한 ‘챌린지’ 클래스다. 참가자들 간 순위 경쟁을 벌이는데 방식이 좀 독특하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 스스로 랩타임(코스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설정해 제출한다. 그리고 실제 경기를 뛰어 이에 가장 근접한 드라이버가 우승한다. 상위권은 목표 랩타임과 불과 0.001~0.005초 차이다. 자신의 실력을 잘 알고 달려야 나올 수 있는 수치다.

첫 경기에서 2분을 적어낸 뒤 1분45초를 기록한 기자는 두 번째는 1분47초를 적어냈다. 자신감이 붙었으니 1분42초를 적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참았다. 결과적으로 보면 참길 잘했다.

이클립스의 접지력은 기대 이하였다. 핸들링 조작이 조금이라도 한계를 벗어나면 여지없이 미끄러졌다.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민감한 차였다. 기어변속도 투스카니보다 힘들었다. 특히 수동 변속을 할 때 밟아야 하는 클러치의 위치가 깊었고 빡빡했다. 서킷에서 차량이 충분히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레이싱 대회 출전…좌절의 끝에서 얻은 교훈 '연습'
변명일 수도 있다. 클러치 조작이 불편해 기어변속에서 애를 먹은 건 맞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차에 있지 않았다. 영암에 함께 내려간 지인(레이싱 경험이 많다)은 기자의 주행을 지켜본 뒤 셀 수 없이 많은 지적을 했다. 먼저 변속이 느리다는 점을 꼬집었다.

1단에서 2단, 3단에서 4단으로 변속이 순식간에 이뤄져야 한다. 100분의 1초를 다투는 레이싱에선 당연한 일이다. 자동변속기에 익숙한 운전자들은 그게 힘들다. 두 번째는 ‘힐앤드토(heel and toe)’다. 오른발의 발끝으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동시에 뒤꿈치로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기술이다. 낮은 단수로 변속할 때 쓰인다. 목적은 간단하다. 변속할 때 엔진 회전수(rpm)가 떨어지지 않도록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를 함께 조작하는 것이다. 그래야 변속도 부드럽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고속구간에 진입할 수 있다. 초보 레이서들은 힐앤드토가 익숙지 않다. 이것이 랩타임을 줄이지 못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라는 설명이었다.

레이서들은 몇 차례 서킷에 참가하면 내심 괜찮은 운전실력을 갖췄다고 자만한다. 그러다가 실전에 참가해 좌절한다. 문제는 좌절하는 게 아니라 포기하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서킷을 통해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하나씩 알아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걸 채울 방법은 단 하나. 부단한 연습뿐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