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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한국 사회, 거짓말이 체질화돼 가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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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불거진 두 건의 폭행사건이 가히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배우 김부선 씨가 주민과의 폭행시비에 연루된 이유를 알고 보니 난방비 부조리가 고구마줄기처럼 딸려나온 것이다. 경찰 수사 결과 해당 아파트에선 최근 7년간 한겨울 난방비가 0원인 경우가 300건, 10만원 미만은 2398건이나 적발됐다고 한다. 중앙난방 아파트에서 누군가 난방비를 떼먹었으면 그 비용은 나머지 가구에 n분의 1로 청구된다. 김씨의 의혹 제기가 아니었다면 그냥 묻혀갔을 집단사기다.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술을 마신 세월호 유가족 대표들이 대리운전기사를 집단폭행한 사건은 그 이후가 점입가경이다. 김 의원이 “내가 누군지 알아”라고 먼저 시비를 걸고, 유가족 대표들이 “의원님께 무례하다”며 마구 폭행했다고 한다. 이들이 진짜 사회적 약자인 대리기사에게 ‘갑(甲)질’을 한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되레 자신들도 맞았다고 쌍방폭행을 주장한다. 일각에선 어김없이 기획설, 음모론까지 제기한다. 현장의 CCTV가 웃을 일이다.

    두 사건은 전혀 달라 보이지만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당사자들이 너무도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기집 난방비가 0원인데도 시치미를 뗀 일부 주민들은 몇 푼 난방비에 양심을 팔고 있다. 김부선 씨는 2년 반을 홀로 투쟁해야 했다. 유가족 대표들은 CCTV에 드러난 행동조차 부인하고, 현장에 있던 김현 의원은 멀리 떨어져 폭행장면을 못 봤다고 발뺌한다. 집단만 이루면 무슨 모의를 해도 괜찮고, 우리 편은 무슨 짓을 해도 된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들끓는 여론이나 CCTV가 없었으면 김부선 씨와 대리기사가 가해자로 둔갑했을지조차 모를 일이다.

    언제부터 제멋대로 거짓말을 해도 되는 사회가 됐는지 알 길이 없다. 분명한 것은 장삼이사부터 지도층까지 예외가 없다는 점이다. 장애인 주차장에 버젓이 차를 대는 멀쩡한 운전자가 바로 우리 가족이고, 캐디를 성희롱하고도 손녀 같아서 찔러봤다는 사람이 전직 국회의장이다. 한 해 적발된 사기사건만도 일본의 60배인 30만건에 달하는 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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