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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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피자 콜센터에서 주문 전화를 받던 그에게 낯선 전화가 걸려왔다. 2014 한경 청년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에 당선됐다는 소식이었다. 놀란 그는 “피자 주문 전화만 받다 당선이란 말을 들으니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된다”며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서울 강남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불편함 없이 자랐다. 그러나 그것도 일 욕심으로 사업을 키우던 어머니가 사채를 써 부도가 나기 전까지만이었다. 카페 서빙, 회사 식당 설거지, 가게에서 도둑을 막는 인간 폐쇄회로TV(CCTV) 등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청년의 삶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서글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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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삶을 견뎌낼 수 있었던 힘은 ‘소설’이었다. 자신의 아르바이트 경험을 녹여 쓴 작품 ‘프리바이터’는 그저 등단을 위해 만든 소설이 아니었다. 자신의 이야기로 위로받기 위해 만든 이 소설은 당당히 한경 청년신춘문예 장편소설 당선작이 됐고 《청춘 파산》(민음사)이란 이름으로 출간됐다. 이젠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 젊은 ‘작가’가 된 김의경 씨(35) 이야기다.

경북 포항 출신의 시인 지망생 이소연 씨(31)는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먼저 등단한 시인이다. 2010년 결혼한 그는 임신 중 갑작스러운 우울함과 마주했다. 세상에 혼자 있다는 감정이 슬펐지만 생명에 대한 책임감으로 태교를 하며 행복을 느꼈다. 그렇게 해서 쓴 시가 2회 한경 청년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뇌태교의 기원’이다. 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4 차세대 예술인력육성 문학분야 선정작’에 두 차례나 선정되는 등 활발한 시작(詩作)을 펼치고 있다. 남편 이병일 시인과 ‘부부 시인’이 된 이씨는 “등단 전엔 서로의 시를 봐준다는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서로 존중해야 하는 사이”라며 밝게 웃었다.

제3회 한경 청년신춘문예가 응모 가능 연령대를 넓히고 새롭게 시작한다. 제2회까지 만 34세 이하 청년들만 지원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만 39세 이하 신인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2030 문학청년들의 도전의식을 자극하면서 참여 폭을 넓히기 위해 참가 연령을 조정했다. 김의경 씨는 “다섯 살만 더 늘려도 도전의식에 불타는 작가 지망생이 많을 것”이라며 “주변에 빨리 제3회 소식을 알려야겠다”고 말했다. 이소연 씨는 “신춘문예 당선작들은 대개 고정된 양식을 따르는 것 같아 갑갑했는데 청년이란 이름을 단 신춘문예라면 그런 고정관념을 넘어선 작품을 알아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불과 2년의 짧은 기간이지만 주목받는 작품을 연이어 배출한 한경 청년신춘문예가 세 번째 장을 연다. 지난해처럼 시, 장편소설, 시나리오, 게임스토리 등 4개 부문으로 오는 12월5일 금요일까지 작품을 접수한다. 장편소설 부문은 장편이란 특수성에 걸맞게 상금을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렸다. 분량은 장편소설은 200자 원고지 1000장 안팎(줄거리 10장 별도), 시는 5편 이상(이하 당선작 고료 각 500만원), 시나리오는 400장 안팎(시놉시스 10장 별도), 게임스토리는 200장 안팎(시놉시스 10장 별도)이다.

원고는 A4 용지에 출력해서 보내면 된다. 응모작은 과거에 발표하지 않은 순수 창작물이어야 한다. 같은 원고를 다른 신춘문예에 중복으로 투고하거나 표절한 사실이 밝혀지면 당선을 취소한다. 봉투에 ‘한경 청년신춘문예 응모작품’이라 적고, 작품 첫 장과 마지막 장에 응모 부문, 이름(필명이면 본명 병기), 주민등록상 생년월일, 주소, 전화번호, 원고량(200자 원고지 기준)을 명시해야 한다. 모든 원고는 반환하지 않는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