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사회 갈등, 문화로 풀자
갈등 공화국이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여야 갈등은 극한 양상이다. 1일 정기국회 개회식이 열리지만 여야 대치상황은 나아진 게 없다.

야당은 장외투쟁을 한다며 지난 30일 길거리로 나섰고 일부 노조들도 이 틈을 타서 파업을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급기야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당사자들의 아픔을 직시해야지 자칫 이를 이용하게 되는 함정에 빠져선 안 된다”고 고언했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은 “세월호 특별법이 정쟁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세월호뿐 아니다. 7년 넘게 갈등을 빚었던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는 우여곡절 끝에 연말까지 끝나게 됐지만 혐오시설 유치를 반대하는 님비(not in my back yard)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갈등 완화…신뢰·공감 넓혀야

반대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다시 거론되면서 새 갈등요인으로 떠올랐다. “물구덩이(부산 가덕도)보다 맨땅(밀양)이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수익성 있는 사업만을 유치하려는 핌피(please in my front yard) 현상이다. 이해 당사자들의 독선과 아집은 또 다른 집단 이기주의와 갈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한국의 사회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최대 246조원에 이른다는 연구결과(2013년 8월, 삼성경제연구소)가 있다. 한국의 사회갈등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터키를 제외하면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이 같은 사회적 갈등을 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화와 타협은 기본이고 무엇보다 문화의 역할이 크다. 지난달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에게 직접 세례를 주면서 그들을 위로했다. 지난해 인기를 끈 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지역 갈등보다는 동서 화합의 모습을 느끼게 한다. 영화 ‘명량’을 보면서 사람들은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리더십에 공감한다. 분노와 위로, 갈등과 투쟁은 문화 예술 소재이지만 그 자체로 응어리진 갈등이나 감정을 완화 또는 승화시켜준다.

문화가 ‘갈등 완화제’ 역할을 하거나 더 나아가 ‘신뢰와 공감’이라는 사회적 자본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사상(思想)의 자유로운 시장’처럼 ‘문화의 자유로운 시장’이 형성돼야 한다.

‘정서적 문맹’이 갈등 원인

문화의 수요·공급자들이 ‘규제와 억압’이 아니라 ‘자유와 경쟁’이라는 시장경제 시스템에서 활력을 찾게 해야 한다.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가 주도하는 ‘문화가 있는 날(매월 마지막 수요일)’은 민간이 자율적으로 문화를 생활화하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문화가 있는 날’에 억지로 참여할 것이 아니라 신세계가 예술의전당 사업본부장을 영입한 것처럼 자율적인 움직임이 일어나야 한다.

자율성은 다양성으로 나타나 상상력과 창의력의 원천이 되며 창의성은 획기적인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창조경제’의 핵심이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을 무시한다면 그것은 ‘정서적 문맹(emotional iliteracy)’이요,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될 것이다.

자승 스님의 말처럼 낮은 자세로 귀 기울이고 포용하는 문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최명수 문화스포츠부장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