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간의 진화와 폭력은 반비례 관계
대중매체를 통해 접하는 전 세계의 내전, 분쟁, 테러와 빈민가 학교 군대 가정 등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행위는 우리에게 폭력이 만연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믿음을 부추긴다. 인류 문명과 함께 등장한 참혹한 전쟁은 물론 20세기에 벌어진 두 차례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는 수렵과 채집으로 살았던 먼 옛날이 문명의 이기를 향유하는 지금보다 나았다는 인류학적 주장에 설득력을 높인다.

스티븐 핑거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역사상 가장 끔찍한 오늘’ ‘날로 증가하는 폭력’ 등 폭력을 둘러싼 통념에 도전한다. 고고학과 인류학, 문학작품 등 방대한 자료를 기반으로 기원전 8000년부터 오늘날까지의 폭력 현상을 분석한 저자의 결론은 “인간의 폭력이 감소해 왔고, 어쩌면 현재 우리는 종의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대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인지과학자인 저자는 인간의 심리 체계가 어떻게 환경 변화에 적응해 폭력 행사보다 협동과 평화를 더 많이 선택하게 됐는지를 규명한다. 먼저 폭력 감소를 촉발한 여섯 가지 역사적 경향성을 추려냈다. 수렵·채집에서 농업 문명으로의 전이, 봉건 영토들이 중앙 권력과 상업 하부 구조를 갖춘 국가로 통합되는 문명화 과정, 17~18세기 인문주의 혁명, 세계대전 이후의 장기 평화, 냉전 이후 폭력 감소, 인권개념 확산 등이다.

인간에게는 포식을 위해 경쟁, 복수심, 가학성, 이데올로기 등 폭력을 유발하는 성향이 존재한다. 동시에 감정 이입과 자기통제, 도덕 감각, 이성의 능력 등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가 이에 맞선다.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악의 근원에 맞선 선함의 우세를 이끈 외생적 힘들이 존재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국가의 폭력 독점(리바이어던), 상업 발달과 여성화, 세계주의, 이성의 작용 촉진 등이다.

저자는 “폭력의 역사적 감소를 분명하게 깨우치고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시대 남은 폭력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가치를 굳게 확신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