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결과는 공개 안해…"다자회담선 긴장해소 필요성 등에 합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이하 현지시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처음으로 양자회담을 열고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민스크 시내 벨라루스 대통령 관저인 '독립궁전'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담은 밤 10시께부터 약 2시간 동안 이어졌다.

두 정상은 그러나 회담 후 결과에 대해 아무런 발표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양국 정상의 첫 회동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두 정상 간 회담은 옛 소련권 관세동맹(러시아-벨라루스-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유럽연합(EU) 간 고위급 다자회담 뒤 이루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 간 단독 회동은 지난 6월 7일 포로셴코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포로셴코는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6월 6일 프랑스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푸틴 대통령과 처음으로 짧게 면담한 바 있다.

하지만 노르망디 면담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동석했다.

한편 옛 소련권 관세동맹, 우크라이나, EU 간 고위급 다자회담에선 참석자들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긴장 해소와 포로 석방, 난민 문제 해결, 인도주의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다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밝혔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다자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각국의 입장이 다르고 때론 극단적으로 차이가 났다"면서 "그러나 모두가 타협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데 동의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4시께부터 '독립궁전'에서 시작된 다자회담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등 관세동맹 회원국 정상과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참석했으며, EU 측에선 캐서린 애슈턴 외교·안보 고위대표, 카렐 데 휘흐트 통상담당 집행위원, 귄터 외팅어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회담은 약 4시간 동안 지속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다자회담을 시작하며 관세동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수입 관세 면제 혜택을 철폐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EU와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골자로 한 협력협정을 체결한 이상 옛 소련 국가인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오던 수입 관세 면제 혜택을 폐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EU의 협력협정 체결로 인한 러시아의 예상 손실이 1천억 루블(약 2조8천억원)에 이른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푸틴은 유럽 상품이 우크라이나 시장을 장악하면서 경쟁력이 약한 우크라이나 상품들이 관세동맹 시장으로 밀려들 것이며, EU 상품이 우크라이나산으로 둔갑해 관세동맹 시장으로 유입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 간 교전 사태와 관련, 동부 지역 주민들의 이해를 무시한 채 그들과의 대화 없이 무력 진압 작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포로셴코 대통령은 "모든 이해당사자들은 적절하게 갈등 상황을 해결하길 원한다"며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평화적 미래를 보장할 다양한 방안들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동맹 측의)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지금 벌써 우크라이나와 관세동맹 간 교역은 30%나 줄어들었다"며 "이는 어느 측에도 이익이 되지 않으며 교역환경의 추가적 악화를 허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