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 창업주 박성철 회장의 세 아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신원 주식을 사들인 건 올 1월이 처음이었다. 장남 박정환 목사(42)와 차남 박정빈 신원 부회장(41), 막내 박정주 신원 부사장(38)이 똑같이 52만주(지분율 0.82%)씩 매입한 것.

증시에선 “신원이 드디어 2세 체제 구축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신원을 잘 아는 사람들은 “신원의 2세 승계는 이미 마무리됐다”고 말한다.

박 회장은 1998년 신원이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자신의 보유지분 16.77%를 회사에 무상 증여했던 터. 세 아들은 어떻게 신원을 지배하게 됐을까.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워크아웃 당시 박 회장 부인은 비상장 벤처기업과 케이블TV 주식을 갖고 있었다”며 “그중 일부가 상장되면서 목돈이 생기자 박 회장 부인과 세 아들은 티앤엠 주식을 사들였다”고 말했다.

2001년 설립된 티앤엠은 명목상으로는 광고 대행사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사업 없이 신원 주식 28.38%만 보유한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다. 외부 감사도 받지 않아 모든 게 베일에 싸인 회사다. 신원 관계자는 “당초 티앤엠 주식은 박 회장의 지인들이 갖고 있었지만, 박 회장의 부인과 세 아들이 2005년부터 사들이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세 아들이 티앤엠 지분을 각각 30% 갖고 있고, 부인이 10%를 보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세 아들은 개인 보유 지분과 티앤엠 보유 지분을 합쳐 신원 지분 30.88%를 갖고 있는 셈이다.

향후 경영은 둘째와 셋째가 맡을 것으로 IB업계는 보고 있다. 장남은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어서다. 둘째 박정빈 부회장은 신원그룹 업무를 총괄하고 있고, 막내 박정주 부사장은 의류제조 사업부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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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헌/오동혁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