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앤케이콜렉션 류승숙 사장
인형옷 만들며 디자이너 꿈 꿔
다품종 소량생산…2014년 매출 10억
스웨터와 기능성 티셔츠 등을 26년째 만들어온 류승숙 에스앤케이콜렉션 사장은 “디자이너면서 패션비즈니스 사업가로 일하는 것이 어릴 때부터 꿈이었다”고 말했다.
○남성용 스웨터 ‘한우물’ 전략
류 사장은 대학 때 가정학과에 들어갔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과감히 학교를 그만두고 국제패션디자인연구원(현 국제패션디자인전문학교)에 들어갔다. 밑그림을 그리는 것은 물론 미싱 등 실제로 옷을 제작하고 가격을 매기는 방법 등 모든 과정을 익힌 뒤 처음 입사한 곳이 ‘포커스’라는 골프웨어를 만드는 주앙패션이었다. 그곳에서 1984년부터 2년 동안 니트로 옷을 만들다 1986년 남성용 캐주얼 ‘맨스필드’를 만든 동경무역으로 옮겼다. 탁월한 디자인 감각과 제작 능력 덕분에 입사 2년 만에 디자인실장 명함을 달 수 있었다.
류 사장은 “옷을 만드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패션 사업을 해야겠다는 강한 열망을 갖고 있었다”며 “1988년 회사를 그만두고 개인사업자로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땐 따로 영업을 하지 않아도 ‘남성 캐주얼 스웨터 잘 만드는 류승숙 디자이너’로 이름이 알려졌기 때문에 일감이 많이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그의 손을 거친 브랜드는 ‘파코라반’ ‘코모도’ ‘카운테스마라’, 그리고 코오롱FnC인더스트리의 ‘맨스타’, LG패션(현 LF)의 ‘타운젠트’, 제일모직의 ‘엠비오’ 등이다. 웬만한 남성복의 니트류는 거의 다 만들어본 셈이다.
○명품 브랜드 옷도 만들어
류 사장은 “1992년 프린트된 실크 소재의 남성용 점퍼, 사파리를 만들었는데, 입생로랑과 제일 잘 어울리겠다 싶어 무작정 제일모직에 찾아갔다”며 “브랜드와 딱 맞는 콘셉트 디자인과 소재의 우수성 덕분에 당시 1000장 넘게 주문을 받아 제작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다른 공장에서 제작하던 류 사장은 창업 1년 만에 서울 불광동에 공장을 세우고 직원들을 뽑게 됐다. 당시 연매출은 1억원. 그렇게 점차 입소문이 나면서 자연스럽게 ‘이동수골프’ ‘휠라골프’ 등 골프웨어 브랜드 옷도 만들기 시작했다.
○제조업자개발생산(ODM)에 주력
류 사장은 골프웨어 ‘핑’을 만드는 크리스패션과 16년째 함께 일하고 있다. 올해는 ‘팬텀’과 ‘파리게이츠’ 브랜드 옷도 만들고 있다. 그가 골프웨어로 영역을 확장한 것은 남성용 캐주얼 브랜드만으로는 공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워서다. 그는 “캐주얼은 물량이 많지 않지만 스포츠나 골프웨어는 기획회의에서부터 같이 디자인에 참여하면서 대량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공장 운영을 위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옷을 만들어주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 아니라 디자인을 제안한 뒤 이를 만들어주는 ODM 방식에 더 공을 들인 것이다.
쉼 없이 달려온 류 사장은 지난해 최고경영자과정을 두 개 수료했다. 자신의 인생을 위한 투자 시간이었다.
그는 “재충전한 뒤 동두천시에서 지원해주는 두드림패션센터로 공장을 이전했다”며 “동두천 주민 위주로 35명을 채용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창기부터 거래해오던 크리스패션의 의류 제작을 기반으로 올해 1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류 사장은 “내가 잘할 수 있는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의 고품질 옷’을 계속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동두천=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