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처럼 종이접기를 國技로 알리고 싶어요"
“한국 사람들 야외에서 고깔모자 접어 쓰고, 찜질방에서 수건 접어서 토끼머리 하잖아요. 한국 문화에는 ‘접기’가 녹아있어요. 종이접기는 세계에 알릴 만한 우수한 우리 고유문화입니다.”

노영혜 종이문화재단·세계종이접기연합 이사장(사진)의 말이다. 노 이사장은 최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브리지스 콘퍼런스’에서 재단 소속 작가들이 만든 다양한 종이 예술품을 선보여 해외 수학자 등으로부터 호평받았다. 특히 정사각형 종이 한 장으로 만든 극도로 세밀한 문양의 모자이크 세공품(테설레이션)이 주목받았다. 이 행사는 ‘수학·과학자, 건축·공연예술가 만남의 장’을 내걸고 노 이사장이 2010년부터 ‘과학 전도사’ 이상희 전 과천과학관장과 함께 유치해 아시아권에서 처음 연 행사다.

노 이사장은 “종이접기는 수학, 특히 기하학과 직결되며 많은 교육 및 이론 검증에 사용되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에서도 구기종목인 ‘세팍타크로’ 공 만들기로 다면체 원리를 어린 학생들에게 이해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는 “종이접기는 집중력과 창조감각을 키우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고 치매 예방, 정서 함양 등 긍정적 효과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노 이사장은 1972년 색종이 등 학용품업체 ‘종이나라’를 만든 이후 줄곧 이 분야에 몸담았다. 1989년 종이접기협회, 1991년 한국종이문화원을 열었고 2005년에는 종이문화재단을 세웠다. 종이조형아트, 클레이아트, 수학종이접기 지도사 등 수십개 자격증과 함께 관련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국내외 150개 지부도 두고 있다. 재단에 따르면 그동안 그가 길러낸 종이 관련 자격증 보유자는 25만명에 이른다. 방과후학교, 문화센터 등 작은 사무실 형태로 운영하는 각종 교육원만 국내에 500여개다. 노 이사장이 40여년간 시나브로 만들어온 성과다.

“한국처럼 종이를 사랑하는 민족이 세계에 없어요. 창문 벽 천장 장판 수의까지. 평생 종이를 쓰고 종이를 밟고 살다 종이에 싸여 하늘로 돌아가잖아요. 종이는 차분함, 정신, 문명, 지혜를 상징합니다. 그런데 점점 이런 문화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노 이사장은 특히 우리의 종이접기 문화가 일본의 종이접기(오리가미)보다 유서가 깊다고 주장했다.

노 이사장은 지난 4월 필리핀 일로일로시에서 ‘제1회 대한민국 종이접기 세계화 한마당’을 열었다. 5일 동안 이어진 종이접기 대축제에서 6·25전쟁 참전용사 가족 등 현지 주민·학교 교사 100여명은 내내 ‘경이롭다’를 연발하며 즐거워했다고 노 이사장은 전했다. 그는 필리핀 나라꽃인 말리꽃을 종이로 접어 현지 관계자 등에게 전달하고 참전에 대한 감사를 전하는 등 민간외교도 펼쳤다. 몽골 러시아 미국 워싱턴DC 등에서도 비슷한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앞으로 6·25 참전국 모두를 대상으로 행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노 이사장은 “종주국으로서 우리가 세계에 퍼뜨린 태권도와 같이 종이접기를 ‘한국 대표 수공예 문화’로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