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도 대기업도 아닌데 변호사 100명 넘는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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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변호사 103명…10대 로펌 수준
소송·이의제기 늘면서 법률수요 급증
변호사들도 '금융통' 타이틀 얻으려 입사경쟁
금감원 변호사 103명…10대 로펌 수준
소송·이의제기 늘면서 법률수요 급증
변호사들도 '금융통' 타이틀 얻으려 입사경쟁
금융감독원에 소속된 변호사가 100명을 넘어섰다. 숫자로만 보면 국내 10대 법무법인(로펌)과 맞먹는 수준이다. 금감원의 징계를 군말없이 받아들였던 금융회사들이 최근 들어 소송을 불사하겠다고 나오는 데다, 금융소비자들까지 가세하면서 법률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변호사가 많아지면서 변호사협회장 선거운동을 하겠다며 찾아오는 사람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금융통’으로 알려지면 몸값이 오르다 보니 변호사들도 금감원 취직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금감원, 열 번째 대형 로펌 수준
금감원은 지난 13일 변호사 12명을 새로 뽑았다. 기존 91명을 더하면 모두 103명이다. 국내 로펌 10위인 법무법인 동인의 102명보다 많다. 삼성그룹(500여명)과 LG그룹(300여명)보다는 적지만 사내 변호사가 세 번째로 많은 SK그룹(120명)과 비슷한 규모다.
금감원 전체 직원 1847명 중 5% 이상이 변호사인 셈이다. 금감원 변호사는 2011년만 해도 40명에 불과했다. 2012년엔 60명으로 늘었고, 2013년엔 86명으로 급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변호사가 늘어나면서 언제부터인가 변호사협회 회장 후보가 찾아와 선거운동을 하고 있더라”고 전했다.
금감원 변호사가 10대 로펌 수준으로 늘어난 이유는 금융감독 업무부터 금융회사 제재에 이르기까지 과거보다 훨씬 철저한 법률 검토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금감원을 상대로 제기되는 소송 건수는 2011년 40건에서 지난해 80건으로 해마다 20건씩 증가하는 추세다. 같은 기간 금감원의 제재에 이의를 신청한 사람도 42명에서 67명으로 늘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솔직히 과거에는 법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않고 우격다짐식으로 일을 처리한 경우도 많았다”며 “하지만 요즘에는 감독당국을 상대로 한 소송이 많아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 사정도 다르지 않다. 전체 273명 중에서 9명이 변호사인데 3명은 지난해 충원됐다.
○지난주 변호사 채용 경쟁률 25대 1
금감원 취업에 대한 변호사들의 관심도 뜨겁다. 지난주 공개채용에서 경쟁률은 25 대 1을 넘어섰다. 한 정책금융기관의 사내 변호사는 이번 공채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떨어졌지만 여전히 금감원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특별히 대접이 좋은 편은 아니다. 변호사 수당으로 한 달에 50만원을 받고 호봉에서 우대를 받기는 한다. 하지만 5급 조사역(대졸 신입)과 4급 선임조사역(대기업 과장급) 정도의 직위를 받는다.
그런데도 변호사들이 몰리는 것은 금감원 근무 경력을 가진 변호사의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금감원 변호사 103명 중 법무실에 소속된 사람은 14명뿐이다. 나머지 89명은 61개 부서에 골고루 배치돼 있다.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게다가 금감원 인맥까지 쌓을 수 있다. 금융회사와 로펌에서 눈독을 들이기에 충분한 조건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변호사뿐만 아니라 검찰 등에서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 등에 파견하는 법률자문관도 경쟁이 치열하다”며 “금융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으면 취직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 변호사들은 보통 2~3년 계약직으로 입사한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80%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급여가 줄지만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데다 팀장급까지 승진하면 더 좋은 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금감원 변호사들은 다른 임직원과 달리 재취업에서도 혜택을 받는다. 공직자윤리법에서는 변호사처럼 전문성을 갖고 금감원에 입사한 경우엔 취업심사를 간소화해주고 있다. 로펌 출신 변호사가 금감원에서 일하다 다시 로펌에 취직하면 아예 취업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금융회사 사내 변호사였다가 금융회사로 돌아갈 경우에도 ‘정상참작’을 해준다.
금감원 관계자는 “변호사가 늘어나고 있지만 채용 환경이 좋아져 부담이 크지는 않다”며 “금감원의 변호사 숫자가 계속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금감원은 지난 13일 변호사 12명을 새로 뽑았다. 기존 91명을 더하면 모두 103명이다. 국내 로펌 10위인 법무법인 동인의 102명보다 많다. 삼성그룹(500여명)과 LG그룹(300여명)보다는 적지만 사내 변호사가 세 번째로 많은 SK그룹(120명)과 비슷한 규모다.
금감원 전체 직원 1847명 중 5% 이상이 변호사인 셈이다. 금감원 변호사는 2011년만 해도 40명에 불과했다. 2012년엔 60명으로 늘었고, 2013년엔 86명으로 급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변호사가 늘어나면서 언제부터인가 변호사협회 회장 후보가 찾아와 선거운동을 하고 있더라”고 전했다.
금감원 변호사가 10대 로펌 수준으로 늘어난 이유는 금융감독 업무부터 금융회사 제재에 이르기까지 과거보다 훨씬 철저한 법률 검토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금감원을 상대로 제기되는 소송 건수는 2011년 40건에서 지난해 80건으로 해마다 20건씩 증가하는 추세다. 같은 기간 금감원의 제재에 이의를 신청한 사람도 42명에서 67명으로 늘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솔직히 과거에는 법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않고 우격다짐식으로 일을 처리한 경우도 많았다”며 “하지만 요즘에는 감독당국을 상대로 한 소송이 많아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 사정도 다르지 않다. 전체 273명 중에서 9명이 변호사인데 3명은 지난해 충원됐다.
○지난주 변호사 채용 경쟁률 25대 1
금감원 취업에 대한 변호사들의 관심도 뜨겁다. 지난주 공개채용에서 경쟁률은 25 대 1을 넘어섰다. 한 정책금융기관의 사내 변호사는 이번 공채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떨어졌지만 여전히 금감원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특별히 대접이 좋은 편은 아니다. 변호사 수당으로 한 달에 50만원을 받고 호봉에서 우대를 받기는 한다. 하지만 5급 조사역(대졸 신입)과 4급 선임조사역(대기업 과장급) 정도의 직위를 받는다.
그런데도 변호사들이 몰리는 것은 금감원 근무 경력을 가진 변호사의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금감원 변호사 103명 중 법무실에 소속된 사람은 14명뿐이다. 나머지 89명은 61개 부서에 골고루 배치돼 있다.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게다가 금감원 인맥까지 쌓을 수 있다. 금융회사와 로펌에서 눈독을 들이기에 충분한 조건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변호사뿐만 아니라 검찰 등에서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 등에 파견하는 법률자문관도 경쟁이 치열하다”며 “금융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으면 취직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 변호사들은 보통 2~3년 계약직으로 입사한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80%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급여가 줄지만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데다 팀장급까지 승진하면 더 좋은 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금감원 변호사들은 다른 임직원과 달리 재취업에서도 혜택을 받는다. 공직자윤리법에서는 변호사처럼 전문성을 갖고 금감원에 입사한 경우엔 취업심사를 간소화해주고 있다. 로펌 출신 변호사가 금감원에서 일하다 다시 로펌에 취직하면 아예 취업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금융회사 사내 변호사였다가 금융회사로 돌아갈 경우에도 ‘정상참작’을 해준다.
금감원 관계자는 “변호사가 늘어나고 있지만 채용 환경이 좋아져 부담이 크지는 않다”며 “금감원의 변호사 숫자가 계속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