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 장보리 ‘패션그룹형지’
왔다! 장보리 ‘패션그룹형지’
이복 자매인 오연서와 이유리는 패션그룹형지에서 주최하는 한복공모전에 응모한다. 최종심에 오른 두 사람은 패션그룹형지 사옥에서 마주친다. 요즘 방영 중인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한 장면이다.

드라마 PPL '노출의 기술'
형지는 드라마를 위해 만들어진 가상의 회사가 아니다. 1982년 최병오 회장이 마련한 동대문의 작은 의류 매장에서 출발한 실제 패션 회사다. 극중에서 남자 주인공 김지훈의 부친 한진희가 형지의 사장, 또 다른 남자 주인공 오창석이 형지의 임원으로 등장한다. 한복 장인을 꿈꾸는 오연서의 성장을 다룬 드라마인데도 형지라는 회사 이름이 자연스럽고 꾸준하게 노출되는 이유다. 이 드라마에는 패션그룹형지의 대표 브랜드인 올리비아 하슬러, 노스케이프도 실명으로 등장한다.

드라마 간접광고(PPL)가 변하고 있다. 단순한 소품 협찬이 아니라 사명, 브랜드명이 통째로 등장하는 ‘실명 PPL’이 대세다. 김희범 패션그룹형지 마케팅본부장은 “소위 ‘스타’가 출연하는 드라마는 아니지만 패션업계가 배경이라 회사 자체를 부각시키는 데 적합해 보였다”며 “요즘은 주말·일일드라마도 중화권에서 인기라 한류 드라마로 뜰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고 설명했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 ‘댕기머리’
운명처럼 널 사랑해 ‘댕기머리’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는 ‘댕기머리’가 실명으로 등장했다. 장혁이 사장인 장인화학의 한방 샴푸 브랜드명이 댕기머리다. 댕기머리는 두리화장품이 1999년 출시한 국내 최초 한방 샴푸 브랜드다.

김정민 두리화장품 주임은 “한류 스타인 장혁·장나라가 주연이라 한류 드라마로 인기를 모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며 “3년여 전 중국 시장에 진출했는데 현지 인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는 아직 중국에 수출되지 않았지만 최근 중국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인 소후닷컴(sohu.com)에서 누적조회수 1억건을 돌파했다.
엄마의 정원 ‘블랙야크’
엄마의 정원 ‘블랙야크’
일일드라마 ‘엄마의 정원’에선 아웃도어 브랜드인 블랙야크와 마모트가 실명으로 등장했다. 모두 아웃도어 기업 블랙야크의 브랜드다. 남윤주 블랙야크 홍보팀장은 “중장년층에 어필하기 쉬운 일일드라마인 점, 단순히 브랜드만 노출하는 게 아니라 블랙야크의 경영 철학 및 매장까지 종합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이같이 과감한 PPL은 2010년 방송법이 개정되면서 가능해졌다. 방송법 시행령에 따르면 △화면의 4분의 1 크기 △방송 시간의 100분의 5 이내 등 요건을 갖추면 실명 PPL이 가능하다. 다만 주인공의 직장으로 설정되는 등 ‘제작상 불가피한 자연스러운 노출’인 경우 시간 제약이 없다.

실명 PPL 가격은 출연 배우, 작가, 연출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주인공의 직업군에 포함되면 보통 1회에 3000만~4000만원 정도다. 드라마 한 편당 최소 3억~4억원 수준인 셈이다. 기존 소품협찬 등과 비교하면 비용이 2~5배 더 들어간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 3사의 PPL 매출 실적은 2010년 30억여원이었으나 지난해 340억여원으로 급증했다.

한편 노골적인 PPL에 눈살을 찌푸리는 시청자도 적지 않다. 드라마인지 광고인지 헷갈린다는 이유에서다. 방송법 시행령은 ‘대사를 통해 해당 제품을 언급하거나 구매·이용을 권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영리하게 이를 피해 가고 있을 뿐 드라마를 통해 특정 브랜드를 홍보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