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어깨춤 출때 어깨 처진 시총 1·2위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1,2위에 올라있는 삼성전자현대차가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말 이후 2000선을 훌쩍 넘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철저히 소외됐다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밸류에이션(이익 대비 주가수준)이 바닥까지 내려왔다는 증권사 리포트들도 주가에 보탬이 되지 못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20% 안팎을 차지하는 ‘형님주’들이 반등하지 못하면 2100선 돌파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형님’들의 나홀로 역주행

지수 어깨춤 출때 어깨 처진 시총 1·2위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의 순매수에 힘입어 ‘서머 랠리’를 시작한 지난달 24일 이후 코스피지수는 1.81% 올랐다. 미국의 이라크 공습 등 대외 악재로 흠집이 생겼다고는 하지만, 최근 거래일인 14일 종가는 지난 3년 박스권 상단보다 높은 2063.22에 달한다.

시총 1위 삼성전자의 주가 움직임은 코스피지수와는 딴판이다. 이 기간 주가가 6.94% 빠졌다. 현대차의 주가 움직임도 뜨뜻미지근하다. 지난 15거래일 동안의 주가 상승폭이 1000원(0.44%)에 불과하다.

지수 어깨춤 출때 어깨 처진 시총 1·2위
형님주들의 부진은 기관의 매도 탓이다. 기관은 8월 들어 삼성전자 주식 5507억원어치, 현대차 주식 2103억원어치를 내던졌다. 이 기간 기관의 종목별 순매도 1,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당분간은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반등이 어렵다고 판단한 기관들이 정책 수혜주인 은행주와 내수주로 포트폴리오를 바꿨다는 설명이다.

외국인들도 시총 상위주 프리미엄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기관이 내놓은 현대차 매물은 그나마 외국인이 70% 이상 소화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매물의 99%는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리던 개인의 손으로 넘어갔다.

○부품 이어 완제품도 ‘치킨게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 하락을 2분기 실적 부진, 원화 강세로만 해석하긴 힘들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악재들은 지난 6월 150만원에 육박했던 주가가 130만원대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충분히 주가에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 중국 샤오미 등이 가세하면서 휴대폰발(發) 치킨게임(저가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불안감이 삼성전자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는 평가다.

독립리서치 올라FN의 임홍빈 대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치킨게임에선 승자가 됐지만 휴대폰 치킨게임의 결과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남대종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전 분기와 엇비슷한 7조35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며 “휴대폰 사업으로 인한 실적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는 보수적인 자세로 투자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대차의 주가 약세 요인은 원화 강세, 주력 SUV 차종인 싼타페 연비 논란, 노조와의 임금협상 등이다. 악재가 많지만 큰 그림을 뒤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싼타페 구매 고객에게 지급하기로 한 연비 보상금도 560억원 수준으로 현대차 전체 이익을 감안하면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3년간 지지부진했던 생산대수 증설 작업이 본격화돼야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력 모델인 중형차 가격을 더 올리기 어려운 환경에서 이익을 높이는 방법은 생산을 늘리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