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부터 유럽 4개국에서 공연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오는 21일부터 유럽 4개국에서 공연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지난 9일 오전 10시 세종문화회관에 있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습실. 정명훈 예술감독이 지휘봉을 들자 100여명의 단원이 드뷔시의 교향시 ‘바다’ 1악장을 연주했다. 8분 남짓 1악장을 연주하자 정 감독은 중요한 악절을 하나씩 점검하며 소리를 맞춰 나갔다. 지루할 틈도 없이 한 시간 가까이 흘렀다.

이날 연습은 서울시향의 유럽 투어를 위한 첫 리허설. 서울시향은 오는 21~27일 핀란드 쿠르쿠 페스티벌, 오스트리아 그라페네크 페스티벌, 이탈리아 메라노 뮤직 페스티벌, 영국 런던 BBC 프롬스 등 유럽 4개국 4개 도시를 돌며 공연한다. 120년 역사의 BBC 프롬스에는 국내 오케스트라로선 처음으로 초청됐다.

올여름 서울시향,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수원시립교향악단 등 국내 오케스트라가 잇따라 유럽에서 순회 무대를 연다. 국내 3개 오케스트라가 비슷한 시기에 유럽 투어를 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달에는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바리톤 사무엘 윤과 베이스 연광철이 동시에 주역을 맡았고, 진은숙 서울시향 상임작곡가가 올해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 상주 작곡가로 선정되는 등 한국 아티스트의 활약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시향은 투어에서 드뷔시의 ‘바다’ 외에도 라벨의 ‘라 발스’,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 진은숙의 ‘생황 협주곡’ 등을 선보인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협연자로 나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도 연주한다. 유럽 투어에 앞서 오는 16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유럽 투어 프리뷰 콘서트’를 연다. 정 감독은 “서울시향이 계속 잘해 오고 있어 유럽 주요 페스티벌에 지속적으로 초청받고, 우리 음반도 많이 생겼다”며 유럽 투어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서울시향은 내년 4월 미국 주요 도시를 돌며 연주회를 열 계획이다.

부천필도 오는 31일 체코 프라하 스메타나홀을 시작으로 내달 2일 독일 뮌헨 헤라클레스홀, 4일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홀 무대에 오른다. 지난 1월까지 25년간 부천필을 이끌었던 임헌정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동행한다. 작곡가 전상직 씨가 부천필을 위해 작곡한 ‘관현악을 위한 크레도’를 세계 초연하는 것을 비롯해 브람스 교향곡 4번과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협연자로 나선다. 부천필은 오는 2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프리뷰 콘서트를 연다.

지난 2월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독일 등 4개국 순회 공연을 펼쳤던 수원시향은 내달 23일 이탈리아 메라노 뮤직 페스티벌 폐막 무대에 오른다. 서울시향이 개막 공연을 하는 축제다.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김대진 상임지휘자가 직접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연주한다.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도 선보인다.

한국 오케스트라의 잇단 해외 진출에 대해 음악평론가 장일범 씨는 “그동안 한국인 연주자들이 외국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한국 오케스트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평론가 유형종 씨는 “한국 오케스트라의 실력이 일취월장했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며 “일회성 공연에 그치지 않고 이번 기회에 실력을 입증해 꾸준히 공연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