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무’ 박유천, 기대 이상의 배우
[최송희 기자] 기대 이상이다. ‘해무’를 통해 맞닥뜨린 박유천의 얼굴은 생각보다 더욱 배우의 얼굴에 가까웠다. 그것은 많은 이들의 의심과 못미더운 시선을 감내한, 하나의 훈장이기도 했다.

반짝이는 스타인 줄로만 알았다. 늘 웃는 낯의 연예인이라 여겼는데, 일순간 맞닥뜨린 얼굴에서 가늠할 수 없는 깊이가 있었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불신과 의심에도 불구하고, 그는 더 이상 배우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도록 성장했다.

최근 영화 ‘해무’(감독 심성보) 개봉 전 한경닷컴 w스타뉴스와 만난 박유천은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인터뷰에도 유난 떠는 법 없이 담담하고 조용한 태도로 일관했다.

감기 몸살이라는 말을 듣고 “아프시다면서요?”라고 물었더니 “조금”이라며 수더분하게 웃어버린다. 담담한 태도, 조곤조곤하지만 분명한 어조를 가진 말투는 이제껏 그가 어떻게 ‘편견’이라는 허들을 뛰어넘었는지 짐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박유천의 첫 영화라면 아무래도 그가 가장 잘 한다고 생각했던 멜로나,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일 것이라 짐작했다. 하지만 박유천은 예상을 뒤엎었다. 마치 준비라고 했었던 것 같은 태도다. 갑작스레 진지하고 묵직한 속내를 드러내면서도, 받아들이는 이가 불편하지 않도록 유연하게 맡은 바를 해낸다.

그의 첫 영화, 그리고 첫 선택에 대해 “의외였다”고 말하자 그는 어깨를 으쓱한다. 돌아오는 대답은 “모르겠어요. 의외라는 건, 저는 못 느끼는 부분이니까”란다. 이어 곰곰이 생각에 잠긴 듯싶더니 “제 취향이 가미된 것 같기도 해요. 무겁고 쉽지 않은 작품이 끌리는 게 사실이에요”라고 차근차근 설명한다.

“편안한 로코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장르를 더 좋아해요. 일상적 사랑 이야기는 경험할 수 있겠지만, 이런 건 조금 생소하잖아요? 매력을 더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인터뷰] ‘해무’ 박유천, 기대 이상의 배우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옥탑방 왕세자’를 통해 차근차근 만들어냈다. 특별히 “어떤 느낌을 만들어야지라고 염두하는 건 아니”라서,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겼다. 그동안 재벌이니, 왕세자니 평범하지 않았던 역할들을 연기했기 때문에 “‘해무’의 소소한 이미지들, 조금 더 평범하고 현실적인 것”에 더 끌렸다고 말한다.

소년 같은 말간 이미지라고 여겼는데, 어느 순간부터 묵직하고 침착한 캐릭터들을 선호하게 됐다. 그것들은 마치 그의 ‘심경변화’처럼 순차적으로 일어났다. “심경 변화까지는 아니라”고 해서 “기획사의 터치가 덜해진 건가요?”하고 물었더니 “그런 것도 있고”라고 웃어버린다.

“초반에는 회사랑 결정을 많이 했죠. 지금도 그렇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제 의사가 반영되어 있어요.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건 아니에요. 쉽게 하는 것도 아니고요. 주변에서 저를 생각하는 이미지와 어긋날지언정, 거기에 맞춰서 활동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밸런스를 잘 맞추고 싶죠.”

박유천에게는 안테나가 있다. 시나리오를 보고 불현 듯 “엇 이거다”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짜릿한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해무’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런 정보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이걸 꼭 해야겠다”는 강렬한 욕구에 사로잡혔다. 마치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 듯. ‘해무’에게는 강렬하고 걷잡을 수 없는 힘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의 첫 영화에는 많은 위험요소가 따랐다. 거친 뱃사람, 여수 사투리, 베드신 등 이전 박유천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부담감은 없었어요?” 조심스레 묻자, 그는 “출발에 따라 다른 것 같다”고 답한다.

“원래 제가 그런 걸 신경 쓰는 편이 아니에요. 이럴 땐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지 싶기도 하지만, 안 보여준 모습을 보여준다고 긴장하거나 신경 쓰진 않거든요. 작품 자체로만 생각하기에 바쁘고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했어요. 관객들이 베드신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고민도 없었죠. 베드신이 아니라 그 순간 과연 어떤 감정으로, 어떻게 보여지느냐를 고민했지 주변 반응은 개의치 않았어요.”

베드신만 떼어 보는 게 아니라 작품 전체를 관람하는 태도. 그리고 그 순간 동식이 보여주는 감정에만 전념했다는 배우에게는 더 이상의 의심이 필요할까 싶었다. “그래도 팬들이 신경 쓰이지 않아요?” 조심스레 물었는데, 도리어 쿨하게 “안 써요”라고 말한다.

“초점을 너무 거기에 두려고 하진 않아요. 어떤 활동을 하더라도 많은 이들을 동시에 충족시키진 못할 거예요. 나름대로 성심성의껏 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이쪽저쪽에 맞추다 보면 뚜렷한 제 의견이 사라지니까, 작품 활동에 있어서 불편해질 것 같아요.”

꽤나 단호하게 말하더니 “너무 안 쓴다고 했나?”라며 멋쩍게 웃는다. 관계자가 “팬들은 더 하라고 난리던데요?”라고 더하기에 “팬분들이 박유천 씨의 배우 활동에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는 것 같아요”라고 응수했다.

“다양한 분이 계세요. 머리를 자르면 왜 잘랐냐. 기르면 왜 기르냐 이런 거 있잖아요. 모든 게 난데 내 자체인데, 나눠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가수는 어떻고 배우는 어떻고 하면 어떻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게. 좋기도 한데, 제가 그분을 위해서 활동할 순 없는 거고. 제 자신을 위해 해야지 누군가를 위해 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해무’ 박유천, 기대 이상의 배우
홍매(한예리)와 동식(박유천)의 베드신은 세다. 그 수위에 따른 이야기가 아니다. 두 남녀는 삶과 죽음의 교차점에서 서로가 살아있음을 표시하고 싶어 하고 행위로써 위안을 얻는다. “첫 베드신에 감정씬까지 힘들었겠어요. 한예리 씨도 베드신은 처음이라던데” 말을 건네자 박유천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처음이었어요?”하고 되묻는다.

“분위기 자체가 낯설어할 분위기가 아니어서…. 신경을 못 썼네요. 색보정으로 밝기를 조정했지만 실질적으로 기관실에 들어가면 칙칙하고 어둡고 암울해요. 그런 느낌 때문에 영화 외적인 것으로 생각할 여유가 없었어요. 오로지 두려움, 슬픔에 기대고 싶은 마음이 컸죠. 촬영 끝나고도 눈물이 계속 나와서 진정이 안 됐어요.”

‘해무’는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한 여섯 명의 선원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해무 속 밀항자들을 실어 나르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극에 달할수록 감정은 고양되고, 각 캐릭터의 살기 역시 등등하다. 때문에 순차대로 촬영하지 않은 것이 어렵진 않았을까? 물었더니 “부담스러웠다”며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실질적으로 엔딩 부분을 미리 찍는다는 건 드라마에서도 거의 안 하려고 하는 거고 영화도 마찬가지인데…. 상황이 안 맞으면 어쩔 수 없죠. 거기에 대한 부담은 컸어요. 미리 감정을 만들어놓고 거기에 맞춰서 한다는 게 부담스럽고. 하지만 어쩔 수 없죠. 입은 댓 발 나와 있지만. (웃음)”

산발적인 감정. 흩어진 ‘해무’의 의미에서도 박유천은 동식의 감정을 이끌어나가야 했다. “감정을 올리는 것에 가장 도움이 된 건 뭐예요?” 물었더니 그는 대번에 “선장님이요”라고 말한다. 선장 철주를 연기한 김윤석에 대한 믿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목소리였다.

“저 외에도 모든 사람들이 마지막 장면을 먼저 찍는 것에 부담을 느꼈어요. 그래도 선장님(김윤석)이 아이디어도 주시고, 제 생각을 대입해 응용하는 걸 잡아주셔서 찍을 수 있었어요.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어요. 완성본을 보니, 순차적으로 찍었다고 해도 이것보다 좋진 않았을 것 같아요. 부담감에 더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좋게 작용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작을 맡은 봉준호 감독부터 심성보 감독, 배우 김윤석까지. 박유천의 첫 영화에 대해 “앞으로도 영화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박유천은 “가장 듣기 좋았던 칭찬”이라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시사회 끝나고 뒤풀이에서 김윤석 선배가 ‘너 진짜 스펀지 같다. 영화 계속 해야겠다’고 말해주셨어요. 칭찬해주시니까 부끄럽고, 제가 그만큼 한 건가 싶기도 해요.”

늘 해왔던 것처럼 묵묵하게. 하지만 그 이상의 씩씩하고 당찬 걸음으로 걷기 시작한다. 박유천이 가진 ‘해무’에 대한, ‘연기’에 대한 애정은 기대 이상이다. 스크린 너머에서 맞닥뜨린 배우의 얼굴처럼 말이다.

“드라마나 영화 중 어떤 게 더 잘 맞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전 영화가 좋아요. 제대로 해보고 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첫 영화가 ‘해무’였다는 게 정말 만족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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