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경색된 남북관계는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평화의 메신저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늘 방한하고 내일은 8·15다. 세계의 이목이 쏠릴 때 평화의지를 천명하는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박 대통령이 연초 통일대박론, 3월 드레스덴선언으로 통일 공론화의 불씨를 지폈지만 세월호에 묻혀 아쉬움도 클 것이다.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고령화되는 이산가족의 조속한 상봉도 더 미루기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아무리 절실해도 원칙을 스스로 허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청와대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에 대한 북측의 책임있는 조치 등 이런저런 전제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북한은 달라진 게 전혀 없지 않은가. 올 들어 쏘아댄 미사일이 260여발이고, 4차 핵실험 위협도 여전하다. 고위급 접촉 제안에는 일언반구도 없으면서, 되레 한민구 국방장관의 ‘적 도발 시 응징하라’는 원론적 지시에는 “죽지 못해 안달” “미친개” 등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 북한이다. 다른 것은 그대로인데 욕설만 다양해진 듯하다.
국민 다수는 더 이상 퍼주면서 질질 끌려가길 원치 않는다. 핵을 무기삼아 벼랑 끝 전술을 펴는 예측불허의 상대방에게 우리의 원칙이 확고함을 각인시키는 것보다 나은 대처방안은 없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한 평화도, 신뢰구축도 모래성일 뿐이다. 우리측의 전향적인 제안에 대해 북한도 그에 상응하는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납득하고, 국면전환용이란 괜한 오해를 사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