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通의 현대사회 색띠로 길을 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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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화 거장' 하인두 선생 딸 태임 씨 한경갤러리 개인전
11일부터 22일까지 20여점 선봬…"붓끝으로 들려주는 思父曲"
11일부터 22일까지 20여점 선봬…"붓끝으로 들려주는 思父曲"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1층 한경갤러리에서 11~22일 개인전을 여는 하씨는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과 슬픔을 잊기 위해 지난 20년간 추상화 작업에 몰두했다”며 “어렵고 힘들고 괴로운 일도 많았지만 얼마나 성실한 모습으로 부친이 살아왔는가를 당당히 추상예술로 승화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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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씨는 “디지털 시대 현대인의 소통을 일깨우는 색띠 작업은 추상화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딸이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가는 그림으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첨단사회에서의 소통 부재와 소외를 생각하는 그의 특별한 마음은 이번 전시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전시회 주제를 ‘디지털 노마드(nomad)시대, 길을 묻다’로 정하고 알록달록한 색띠 작업 ‘통로(Un passage)’ 시리즈 20여점을 내보인다.
밝고 투명한 색띠 그림에는 부친을 여의고 아픈 편린을 곰삭이며 희망을 놓치 않는 장인 정신이 녹아 있다. 작업 공정은 복잡하다. 언뜻 보면 캔버스 위에 큰 붓으로 한 번 휙 그은 것 같지만 색띠 하나를 그리려면 보통 수차례에서 많게는 수십 차례 붓질을 해야 한다. 아크릴 물감을 묽게 만들어서 투명하게 한 획을 긋고 마를 때까지 기다려 그 위에 또 칠하기를 반복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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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소통’을 화두로 캔버스에 온통 문자와 부호를 채워넣었는데, 어느 순간 진정한 소통에 언어, 문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캔버스에서 문자와 부호를 지워가기 시작한 거죠.”
그런 과정이 지금의 색띠 작업으로 이어졌다. 색상마다 작가가 부여한 고유한 의미나 이야기도 있다. 이를테면 노란색 띠는 찬란한 기억이나 아이디어의 원천, 청색 띠는 평화, 황색 띠는 권력, 흰색 띠는 위로, 빨간 띠는 열정, 분홍 띠는 사랑 등을 의미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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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