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석 연출 연극 템페스트 한 장면/사진 김건표교수
오태석 연출 연극 템페스트 한 장면/사진 김건표교수
○하루 3000여 명 이상 관람객 이어지고 있는 밀양연극촌

7월16일부터 8월10일까지 진행되고 있는 제14회 밀양여름공연예술 축제는 쏟아지는 폭우에도 야외극장(숲의 극장·성벽극장) 공연이 진행됐다. 하루 평균 3000여 명 이상이 밀양연극촌을 찾고 있다.

우리 동네 실내극장에서 진행된 가족극 ‘미운로새끼’, 일본 극단 우린꼬 ‘잠든 마을’, 기장 어린이 극단 신바람의 ‘푸른하늘 은하수’, 스페인 극단 밤발리나의 ‘ 율리시즈’는 연일 관객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틀에 걸쳐 공연되는 일본극단 카케보우시의 그림자극 ‘서유기’는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작품이다.
젊은 연출가전은 카자흐스탄 다 스튜디오의 ‘예스 맨 노우 맨’, 격정 프로젝트의 ‘경련’, 안치선 연출의 ‘꽃담’, 임세륜의 ‘2014년 여름’, 극단 창세의 ‘개천의 용간지’와 극단 고도의 ‘나에게 머무르다’이 막을 내렸다. 이밖에 공상집단 뚱딴지 ‘연애갱생 프로젝트’, 왕선택 연출의 ‘형민이 주영이’, 정안나 연출의 ‘처용, 오디세이’ 등 3개 작품이 스튜디오 극장에서 막바지 연극열전을 이어간다.

카자흐스탄의 ‘예스 맨 노우 맨’은 브레히트의 교육극 특성을 충분하게 잘 살려냈다는 평가다. 이성의 논리성과 감정의 주관성에서 혼돈되어지는 인간의 판단은 결정적인 순간에 혼란스러워 질 수 있다. 이러한 순간이 다가 올 때 당신은 어떠한 판단을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묻고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판단기준이 예스 일 와 노우 일 때 달라질 있는 상황적 변화를 브레히트적 논리성으로 다양하게 드러내지 못한 것이 아쉽다.
빗 속에서 공연된 이윤택 연출의 연극 아리랑/사진 김건표교수
빗 속에서 공연된 이윤택 연출의 연극 아리랑/사진 김건표교수
○실험적인 해석과 연극의 다른 맛

초청공연은 손진책 연출 ‘벽속의 요정’, 극단 하땅세 윤시중 연출 ‘파우스트’, 남미정 연출의 ‘물고기의 귀향’이 쏟아지는 폭우를 뚫고 공연을 강행해 관객들의 반응과 참여율 면에서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 박근형 연출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극단 골목길 작품을 기대하는 많은 관객들 발길이 이어졌다. 박근형 연출의 특유의 장난 끼와 진지함으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다른 맛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냈다.

남미정 연출의 ‘물고기의 귀향’은 포항 구룡포 일본인 마을을 모티브로 첫 정착한 일본인들의 삶과 2~3세들의 정체성의 혼돈을 1880년대 조선말부터 현재까지 빠른 속도로 투영하고 있다. 구룡포에서 태어난 이들의 삶은 어느 한쪽에도 포함 될 수 없었던 애잔한 운명을 포근하게 담아낸다. 스티로폼으로 만든 가변적인 무대공간은 속도 있는 삶과 시대의 연대기적 무대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어 앞으로 축제 기간 동안 펼쳐질 초정공연인 윤광진 연출의 ‘황금용’이 8월7~9일까지 공연된다. 셰익스피어 주간에 펼쳐진 알렉시스 부크 연출의 ‘세익스피어의 모든 것’, 극단 목화 오태석 연출의 ‘템페스트’는 성벽극장과 숲의 극장에서 펼쳐진 두 작품은 셰익스피어 원작을 다른 맛으로 선보여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폭우가 내리치는 가운데에서도 진행된 오태석 연출의 ‘템페스트’는 야외극장 2000여석이 매진 될 정도로 관객 참여율이 높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오태석 연출 특유의 실험적 해석과 전통연희를 바탕으로 한 놀이성 들로 무장되어 셰익스피어 원작의 템페스트를 배우들의 강력한 흡입력으로 무대를 이끌어내 호평을 받았다. 또한, 쏟아지는 빗줄기에서도 관객들 전원이 2시간동안 우비를 걸쳐 입고 관람해 감동스러운 장면을 만들기도 했다. 저녁 10시부터 시작되는 기록적인 연극공연은 자정 가까이 진행됐고, 심야에도 연극공연을 할 수 있다는 진기록 남겼다. 빗속에서 진행된 공연은 배우와 관객들 모두 진지한 자세로 임해 밀먕연극촌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진풍경을 만들어 냈다.
이윤택 연출 연극 아리랑 한 장면 사진 가운데 배우 김소희/사진 김건표교수
이윤택 연출 연극 아리랑 한 장면 사진 가운데 배우 김소희/사진 김건표교수
셰익스피어 주간에 펼쳐지는 공연기간에는 앞으로 극단 여행자 양정웅 연출의 ‘로미오와 줄리엣’, 백하룡 연출의 ‘길 잃어 헤매던 어느 저녁에 맥베스’, 이채경 연출의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장면을 연습하다’, 오세혁 연출의 ‘늙은 소년들의 왕국’이 축제 기간동안 세익스피어 작품의 다른 맛과 체온을 전달한다. 이밖에 기획공연인 김하영 연출의 ‘천국과 지옥’, 이윤택 연출의 ‘오구’와 ‘아리랑’, 김미숙 연출의 ‘산넘어 개똥아’는 연희단거리패의 연극적 문법의 특징들을 고스란히 녹여냈고, 이윤택 사단의 강렬한 무대를 선사했다. 기획공연으로 진행된 이베로 아메리카노 페스티벌 공식참가작으로 세계무대에서 호평을 받은 ‘피의 결혼’은 야외무대에서 더욱 탄탄하고 밀도 있는 무대를 만들었다.

3막 1장의 달과 승무의 섞임은 이윤택 연출 특유의 천재적인 해석으로 로르카의 달의 상징적 기호성과 사바세계를 잇는 주술자의 이미지적 관계성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솟대극장의 공간의 특성을 활용하고 압축하면서 로르카의 상징적인 기호성 들이 자연과 결합하면서 절묘한 분위기가 터져 나왔고, 배우들의 감정과 충돌하면서 작품을 응집시키고 압축해 냈다. 국악 퓨전그룹인 반의 라이브 연주는 배우들의 언어와 조화롭게 맞물리면서 극이 흐트러지지 않는 탄탄한 받침대 역할을 했다. 배우 김미숙, 김하영, 이승헌, 윤정섭은 절제된 감정으로 극에 중심을 잡았으며, 다른 배우들도 역할의 충실함 들을 손색없이 보여줬다.

이번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에는 이윤택 연출로 ‘오구’, ‘피의결혼’과 초연 공연인 ‘아리랑’ 등 3개 작품이 축제기간동안 올려져 작품별로 한 명의 연출가의 색다른 연극적인 맛을 선사하고 있다. 밀양연극촌 성벽극장에서 초연된 대중극 ‘아리랑-분단을 넘어서’는 1920년대의 우리나라 신파연극의 활동부터 동양극장의 대중극 시대를 아우르면서 이념의 분단을 아리랑으로 무장해제 시키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혜숙, 정란의 역할을 맡은 배우 배보람은 특유의 맛깔스러움으로 연기의 능숙함을 보여주었고, 김소희는 무게감 있게 야외무대를 채워냈다. 관람객들이 기대하고 있는 게이트 플랫 연출의 ‘우리가 서로에 대해 알지 못했던 시간들’은 8월9일~10일 우리동네 극장에서 진행된다.

이밖에도 대학극 열전은 인천대 공연예술학과 ‘억울한여자’, 청운대 방송연기과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서울예대 극예술연구회 ‘눈 오는 밤’이 공연을 끝냈으며, 계명대 연극예술과 ‘과학하는 마음’, 동아방송대 방송연예과 ‘오구’가 8월10일까지 공연된다. 오후에는 평론가 오세곤(순천향대 교수)가 한국‘연극의 미래와 관객’이라는 주제로 젊은 연출가전에 참여했던 연출가들과 생생한 토론을 이어간다. 축제 마지막 날에는 폐막작으로 선정된 연희단거리패 이윤주 연출의 ‘안데르센’을 끝으로 이번 축제가 마무리 된다.
김건표교수
김건표교수
▶김건표 교수(대경대학 연극영화방송학부)는 연극과 공연예술분야 평론 및 인터뷰 전문가다. 연극·뮤지컬·공연 예술문화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방송과 다양한 매체의 신문을 통해 공연예술가들의 인터뷰와 작품리뷰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