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사회간접자본(SOC) 공사가 속속 유찰되고 있다는 게 한경 보도다. 올 상반기에 유찰된 300억원 이상의 공공공사만 10여건에 달한다. 대부분 공항·지하철 등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것이다. 유찰물량은 전체 공공공사 발주량(업계추산 7조8000억원)의 14%를 웃돈다. 국내 1위인 삼성물산은 수주가 아예 없다.

그동안 건설사들이 치열한 수주경쟁을 벌여왔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다. 불경기에 인력과 장비를 놀리지 않으려고 웬만한 출혈 수주는 감내해온 게 건설업계 관행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현상이다. 무엇보다 최저가낙찰제에 따른 저가 발주가 문제라고 한다. 올 상반기 최저가낙찰제 방식의 공공공사 원가율이 평균 105%였다. 낙찰 가격보다 공사비용이 더 들었다는 얘기다. 이 바람에 부산 지하철의 일부 구간 공사는 맡겠다는 업체가 없어 세 차례나 유찰됐고, 이후 수의계약으로 바뀌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그렇지만 단지 저가발주 탓만은 아니다. 결국 과도한 담합과징금 부과 등으로 당국이 업계를 끊임없이 때려왔던 것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호남고속철도에서 담합했다며 지난주 28개 건설사에 때린 과징금만 4355억원이었다. 더구나 분양가 상한제도 모자라 곳곳에서 원가를 공개하라는 압박까지 밀려든다. 최저낙찰가로 인한 부실공사 우려가 커지자 소위 종합심사낙찰제도 올해 시범 도입됐다. 발주처 눈치 때문에 마지못해 응찰해 놓고 수주를 피하려고 고의로 서류에 오류를 만들어 탈락했다는 건설회사 관계자의 하소연이 눈물겹다.

담합은 근절돼야 마땅하지만 대규모 국책사업 등에선 정부가 사실상 조장했던 담합도 없지 않았다. 그래놓고도 공사가 끝난 뒤엔 감사원을 필두로 마냥 ‘법대로’라며 칼을 휘두르는 사례가 허다하다. 여기에 SOC 예산도 줄어 공사물량 자체가 급감하는 상황이다. 어렵게 수주해봐야 낙찰가가 낮아 수익은 안 나는데 규제와 감독은 다락같이 높아 무차별적으로 과징금을 때리니, 어떤 건설사가 공사를 하겠다고 나서겠나. 제조업도 건설사도 다 해외로 빠져나갈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