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베르디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중 '이 괴로운 눈물을'
오페라광이었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버나드 쇼는 “오페라란 테너와 소프라노가 침대에 들어가고 싶은데 바리톤이 방해하는 것”이라고 유머러스하게 정의했다. 여성성을 상징하는 소프라노가 남성적인 바리톤보다 미성숙한 젊음의 상징인 테너를 선택하는 것은 대개 첫사랑의 실패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소프라노와 바리톤이 함께 부르는 사랑의 이중창은 극히 드물다.

베르디의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4막의 바리톤과 소프라노의 이중창 ‘이 괴로운 눈물을(Mira, di acerbe lagrime)’ 역시 처형 위기에 놓인 테너 연인의 목숨만 살려준다면 기꺼이 바리톤의 품에 안기겠다고 소프라노가 거짓말하는 노래다. 처절한 비극적 파국 직전에 펼쳐지는 두 남녀의 불꽃 튀는 노래 대결은 이열치열(以熱治熱)로 무더위를 이겨내기에 효과 만점이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