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천국의 조건
최근에 아버지의 투병과 죽음을 옆에서 지키면서 새로운 관점으로 인생을 보게 됐다. 평생 흔들림 없는 가치관으로 이 세상 누구보다 바르게 사시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한없이 베풀면서 살아오신 아버지도 죽음 앞에서는 나약하셨고, 이 세상에서의 삶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음을 인정하는 것을 무척 힘들어하셨다.

필자도 삶과 죽음을 재조명하면서 가장 편안하게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방안으로 종교를 믿는 것을 생각해보게 됐다. 내 주위에는 정말 많은 크리스천 친구들이 있고 그들이 보기에도 훌륭한 인생을 사신 아버지가 예수님을 모르고 이 세상을 떠나시는 것을 무척 안타까워했다. 예수님을 모르고, 예수님을 믿지 않고 죽으면 천국에 갈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들은 아버지에게 예수님을 알려주려고 노력했으나 예수님을 모른 채 세상을 떠나셨다.

아버지는 예수님은 모르셨지만 워낙 훌륭한 인생을 사셨고 극락에 가실 수 있도록 사찰에서 49재도 정성껏 모셔 당연히 좋은 곳에 가셨을 것으로 믿고 지내왔다. 그런데 최근에 우연히 요즘 가장 뜨거운 베스트셀러 작가 겸 목사이신 분에게 예수님에 대한 강의를 듣고 질문할 기회가 있었다. “제 아버지는 예수님을 모르고 믿지 않고 가신 것 같은데 천국은 못 가셨을까요?”

목사님은 명쾌한 답변을 해주지는 않으셨지만 강의의 내용은 예수님을 믿지 않으면 인간의 원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천국에 가기는 어렵다는 것으로 나에게는 이해됐다.

나는 반드시 하늘나라에서 아버지를 만나고 싶고 최선을 다해 살아서 아버지에게 “우리 딸 해련이가 최고”라고 칭찬 듣고 싶다. 그런데 아버지가 없다고 생각되는 천국은 내게 어떤 의미일까? 삶과 죽음을 한 번쯤 깊게 생각해보는 우리에게 종교는 인생의 또 다른 조건들을 들여다보게 하는 것 같다.

김해련 < 송원그룹 회장 kimceo@swgr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