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귀신', 손에 잡힐듯 다가오는 체호프식 풍자와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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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안똔체홉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숲귀신’은 체호프가 작품의 주된 배경이자 소재로 삼은 19세기 말 러시아 지주와 지식인의 다양한 모습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오게 했다. 국내에서 ‘체호프 전문가’로 꼽히는 전훈 서울종합예술학교 교수가 번역·각색·연출한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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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교수가 연출한 ‘숲귀신’은 그동안 ‘갈매기’ ‘세 자매’ ‘바냐 아저씨’ ‘벚꽃 동산’ 등 4대 장막극에 가려졌던 체호프의 잊혀진 작품을 높은 완성도로 구현한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무엇보다 체호프의 장막극에선 기대하지 않는 ‘웃는 재미’가 있다. 체호프의 단막 희극에서 볼 수 있던 풍자적이고 신랄한 대사들을 감칠맛 나게 잘 살려 낸다.
‘바냐 아저씨’와 비교해서 보면 더 흥미롭다. 등장인물과 이야기 구조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르다. 전 교수가 후반부를 각색해 낭만주의적 성향을 없애고, 우리에게 익숙한 체호프에게 맞게 변함없이 흘러가는 일상을 강조했지만 극은 여전히 낭만적이고 ‘멜로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하다.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로 놀라운 경지를 보여주는 ‘원숙한 체호프’가 아니라 아직은 치기가 남아 있는 ‘젊고 낭만적인 체호프’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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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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