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는 아프리카 콩고 북부의 작은 마을 얌바쿠를 끼고 흐르는 강 이름이다. 1976년 8월 이 마을에서 독일인 박사가 괴질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감염된 환자는 눈 코 입에서 피를 토하고 1~2주 만에 사망했다. 이 바이러스로 이 마을 사람 모두가 죽는 등 그해 431명이 사망했다. 이후 3년 또는 19년 간격으로 불규칙하게 창궐하고 있지만 발견된 지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치료제나 예방약은 개발하지 못했다. 치사율은 60~90%에 달한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하면서 전 세계가 공포에 휩싸여 있다. 지난 2월 첫 발병한 이후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 지금까지 728명이 죽었다. 감염자는 1300여명이 넘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대재앙이 될 수 있다며 1억달러의 긴급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나라마다 감염자 입국을 막으려고 비상이 걸렸다. 미국에서는 감염된 자국민이 송환되자 영화 ‘아웃브레이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 1995년에 나온 이 영화는 에볼라에 감염된 원숭이가 미국으로 밀수입되면서 순식간에 바이러스가 캘리포니아 전역으로 퍼져 사망자가 속출한다는 내용이다.

영화에선 공기전염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접촉이나 체액 타액 등을 통해 전해진다. 때문에 전염성은 약하다. 아프리카에선 이 병을 옮기는 주범인 과일박쥐를 삶아먹기도 하고, 또 감염된 시신을 손으로 만지는 등 관습 때문에 전염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세계가 바이러스나 유행성 질병에 공포를 느끼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환경론자들이 호들갑을 떠는 것도 공포심을 부추긴다. 종말론의 근거로까지 내세우는 집단도 있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AI(조류인플루엔자·H5N1), 신종플루(H1N1), 슈퍼박테리아(병원감염균) 등이 유행하면서 매일 세계 뉴스를 같이 보는 인류가 공포에 떨었다. 결과적으론 소동에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학저술가 매트 리들리는 《이성적 낙관주의자》에서 “이런 질병들이 개인에게는 비극이지만 인류에 대한 위협으로 보기엔 근거가 약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2005년에 조류인플루엔자로 500만~1억5000만명이 사망할 수도 있다고 유엔이 경고했지만 실제 사망자는 최근까지 300여명이 채 안 된다는 설명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에볼라 유행 원인을 버스 이용의 증가에서 찾고 있다. 후진국병이며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