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 감사에 김일태 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을 제청한 것을 두고 금융권에서 흘러나오는 말이다. 이런 반응이 나오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금감원 감사는 ‘금융 검찰’로 불리는 금감원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자리다. 이 자리는 1년 넘게 비어 있었다. 그동안 감사원을 비롯해 금융위, 법무부, 검찰 출신 인사들이 번갈아 거론됐지만 끝내 자리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최근엔 관피아 논란 탓에 정부 출신 인사들이 금감원 감사로 올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감사원 출신 인사가 떡하니 피감기관인 금감원 감사로 내려오게 됐으니 이런저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척결 의지를 여러 번 강조한 직후여서 더욱 그렇다. 금융권 유관기관장과 협회장에 관피아 출신이 배제되고 있는 분위기에 비춰봐도 생뚱맞은 인사라는 반응이 많다.
그렇다고 김 내정자가 금융 전문가도 아니다. 육군사관학교(35기) 출신으로 감사원에서 금융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만 했다. 제청한 시점도 절묘하다. 감사원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중징계를 통보한 금감원에 제동을 걸고 나온 직후였기 때문이다. 더 뒷맛이 개운치 않은 이유다.
감사원은 이미 금감원뿐만 아니라 억대 연봉을 받는 금융사 상근감사 자리로 고위직 출신들을 여러 명 내려보내 빠르게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금감원이 2011년 초 금융사 감사에 퇴직자를 보내지 않기로 결정한 뒤 그 빈자리를 파고드는 사례는 더 많아지고 있다.
문제는 감사원이 관피아 논란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 은근슬쩍 금감원이나 금융사 감사 자리를 꿰차도 감히(?) 문제 삼는 곳이 없다는 점이다. 얼마 전 공직사회 부정부패와 민관유착을 감시해야 할 감사원 간부들의 비리가 잇따라 터져 나왔을 때도 그랬다. 어물쩍 넘어갔다. 누구 하나 문제 삼는 이가 없었다.
이쯤되니 요즘 ‘감사원은 슈퍼 갑(甲)’ 또는 ‘관피아 위에 감피아’라는 말이 나온다. 도대체 감사원에 대한 감사는 누가 하는 건지 궁금해진다.
장창민 금융부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