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연구원들이 민간 업체에서 뒷돈을 받기 위해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까지 동원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이들은 정부 출연금이 나오는 사업을 특정 업체가 하청받도록 해주고 뇌물을 받아 호화생활을 즐겼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별수사3부(부장검사 문홍성)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연구원 김모씨(38)와 신모씨(40), 인천정보산업진흥원 이모 부장(39)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발표했다. 민간업체 가운데서는 이들에게 뒷돈을 건넨 E사 성모씨(42) 등 비리 연루자 6명을 뇌물공여 등 혐의로 함께 구속 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 등 진흥원 소속 3명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진흥원이 발주한 사물인터넷(생활 속 사물을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것) 관련 연구 과제들을 특정 정보기술(IT)업체가 하청받도록 해주고 15억4000만원을 받았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기관인 진흥원은 2008년부터 사물인터넷 신기술을 확산하기 위해 민간 기업에 정부 출연금을 주는 ‘u-IT 신기술 검증·확산사업’을 해오고 있다.

이들은 돈을 받는 과정에서 들키지 않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하는 등 용의주도한 모습을 보였다고 검찰은 밝혔다. 친척 이름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뒤 IT업체에서 용역 하청을 받는 것처럼 꾸며 용역 대금 명목으로 뇌물을 받았다. 이들은 이렇게 받은 돈으로 아우디 재규어 등 고급 외제 승용차를 몰았고 해외 골프여행도 다녔다. 검찰은 연구원이 받은 범죄수익금 전액에 대해 추징보전을 하는 등 돈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한 조치를 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진흥원은 반부패윤리경영TF팀을 지난달 구성해 사업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나섰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