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89) 쌀 관세화
지난주 정부가 ‘쌀 관세화’를 발표했다. 2015년부터 수입쌀에 관세를 붙이되 물량에는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다. 올해까지는 쌀의 수입물량에 직접 제한을 가하는 방식이다. 관세화와 수입물량제한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먼저 진행 배경부터 살펴보자. 1994년 123개국이 동의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결과에서는 수입물량 제한같이 관세가 아닌 무역장벽(비관세 장벽)은 없애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한국 쌀은 예외로 인정받았다. 대신 국내 쌀 소비량의 일정 비율은 낮은 관세(5%)로 반드시 수입하기로 했는데 올해 그 비율이 약 8%, 40만9000t에 이른다. 관세화를 해도 이 물량의 수입의무는 유지된다고 한다.

논의의 출발점은 국제시장 쌀 가격이 국내에서 형성된 가격보다 매우 싸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중국 등의 쌀 생산비용이 한국보다 낮기 때문이다. 만약 소비자가 국산 쌀과 수입쌀에 품질 차이가 없다고 느끼고 아무런 무역장벽이 없다면 국내 쌀 가격은 국제수준으로 떨어진다. 국산 쌀은 낮은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생산자에 의해서만 생산되고, 생산비용이 높은 생산자는 시장에서 퇴출된다. 국내 생산분 외에는 전량 수입하게 될 것이다.

이 상태에서 수입물량을 제한하면 쌀에 대한 전체 수요에서 수입물량을 제외한 만큼이 국산 쌀에 대한 수요가 된다. 이것이 국내 쌀 공급과 맞물려 국산 쌀 가격이 결정될 것이다. 이때의 가격은 무역장벽이 없을 때보다 당연히 높다. 쌀 가격이 높으면 국내 쌀 생산은 무역장벽이 없을 때보다 늘게 된다. 국내 소비자가 국제수준보다 높은 가격을 치르는 대신 국내 생산자는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것이다.

한편 관세는 상품이 수입될 때 붙는 세금으로, 수입품 가격을 높여 관세가 없을 때보다 수입물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관세를 조절해 수입물량을 제한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일으킬 수 있다. 즉, 관세를 충분히 높게 부과해 수입쌀 소비자가격을 높이면 결과적으로 수입된 물량이 수입물량을 제한할 때와 비슷하도록 할 수 있는 것이다.

교역을 제한하는 효과가 관세화와 수입물량제한이 비슷할 수 있다면 우루과이라운드에서는 왜 관세화를 선호한 것일까. 이는 우루과이라운드가 궁극적으로 무역장벽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는 데 있다. 관세는 국가 간 비교하기 쉽고, 이 때문에 같게 하거나 모두 낮추는 데에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수입물량제한뿐만 아니라 농산물에 대한 보조금 등 비관세 장벽은 종류도 다양하고 일일이 협상하기도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쌀 수입이 늘면 어떻게 될까. ‘식량안보’상 쌀 자급률이 떨어지는 것과 쌀 농가 소득 감소가 가장 주요한 문제이리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쌀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 싫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20년간 뭔가 준비된 것이 있어서 득보다 실이 크지 않을 것이라 믿고 싶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