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장기 성장 잠재력에 울리는 弔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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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경기부양 성과에 급급해
재정·은행 건전성 도외시하며
유보금 분배처럼 잘못된 정책 쓰면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 맞을 것
이제민 < 연세대 경제학 교수 >
재정·은행 건전성 도외시하며
유보금 분배처럼 잘못된 정책 쓰면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 맞을 것
이제민 < 연세대 경제학 교수 >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경기 부양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모습이다. 국가채무가 더 늘더라도 재정 지출을 늘리고, 한국은행의 ‘협조’를 얻어서 금리도 내릴 모양이다. 부동산 경기를 띄우기 위해 이미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도 완화하기로 했다. 이런 일련의 정책에 아무 문제는 없을까. 적어도 두 가지 점에서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상황 인식의 문제다. 이번 정책은 무엇보다 일본을 벤치마킹하고 있지만, 어디 일본과 한국이 같은가.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해서 20년 이상 장기 불황을 겪어왔지만, 한국은 1997년 외환 위기 이후에도 4% 가까이 성장해 왔다. 올해도 세월호 사건 이후 경기가 단기적으로 후퇴하고는 있지만 3%대 성장은 가능할 것이다.
물론 현재의 성장률이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더욱이 성장 잠재력 하락으로 앞으로 성장률은 더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장기적 구조 개혁의 문제로서, 단기적 경기 부양책으로는 풀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재정 건전성은 성장 잠재력을 위해 중요하다. 지금 한국은 재정 건전성이 갈림길에 서 있다. 외환위기 후 악화됐던 재정 건전성이 지난 정부와 현 정부 들어 급속히 더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통화정책의 독립성도 중요하다. 외환위기 후 시행된 긍정적 개혁 중 하나가 통화정책의 독립성 확보였다. LTV, DTI 등은 위기 전 기업과 금융 부실을 방치한 데 대한 반성으로 도입된 ‘건전성 규제’의 일환이다. 건전성 규제 자체가 단기성 경기 부양책으로부터의 격리가 핵심이다.
일본은 ‘막장’에 몰려서 이런 것들을 포기하고서라도 경기 부양을 택했다. 그러나 한국이 그렇게 하는 것은 장기적 성장 잠재력을 위해 어렵게 쌓아놓은 기반을 허무는 것이다.
새 경제팀 정책의 두 번째 문제는 잘못된 경제 분석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 부진을 기업과 가계 간의 소득 분배 문제로 보는 것이 그렇다. 기업은 돈을 쌓아놓고 있는데, 가계는 돈이 없어 소비 여력이 없으니, 기업 돈이 가계로 가도록 배당과 임금 인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잘못된 분석이다. 기업은 소득 분배의 주체가 아니다. 기업의 돈은 기업 자체가 아니라 주주의 돈이다. 그 돈을 배당금으로 나눠주든 유보금으로 쌓든 마찬가지다. 배당을 않고 유보금을 쌓으면 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른 주가가 소비로 연결되는가가 문제일 뿐이다.
만약 기업의 주주가 모두 가계라면 기업 이윤이나 그 유보금은 자동적으로 가계의 몫이 된다. 이 경우 분배 문제는 노임을 받는 근로자 가계와 주주 가계 간의 문제가 된다. 물론 현실적으로 주주는 가계뿐만 아니라 외국인과 정부도 있기 때문에 문제가 더 복잡하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배당과 유보금으로부터 이익을 볼 수 있는 주주가 너무 소수로서, 일부 우량 대기업에 몰려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우량 대기업은 외국인 주주의 비중도 높다. 지금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우량 대기업의 절반은 외국인 소유다. 그런 우량 대기업의 내국인 주주가 배당을 받음으로써 느는 소비가 얼마나 될까. 그리고 물론 외국인 주주의 한국에서의 소비성향은 ‘0’에 가까울 것이다.
그런 한편 외환 위기 후 근로자 가계의 몫은 줄었다. 국민소득에서 근로자 가계가 차지하는 비율인 노동소득분배율은 1960년대 고도성장 이후 꾸준히 올라갔지만, 1997년 위기 후 급락한 뒤 아직 위기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근로자 가계의 소비 성향이 높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것은 분명 소비 부진의 원인이다. 그러나 소수 우량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을 올려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책이 성공하려면 정확한 상황 인식과 충실한 분석에 근거해서 방향을 잘 잡아야 할 것이다. 방향을 잘못 잡은 정책은 안 하느니만 못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새 경제팀처럼 추진력이 강할 경우 더욱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민 < 연세대 경제학 교수 leejm@yonsei.ac.kr >
첫째, 상황 인식의 문제다. 이번 정책은 무엇보다 일본을 벤치마킹하고 있지만, 어디 일본과 한국이 같은가.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해서 20년 이상 장기 불황을 겪어왔지만, 한국은 1997년 외환 위기 이후에도 4% 가까이 성장해 왔다. 올해도 세월호 사건 이후 경기가 단기적으로 후퇴하고는 있지만 3%대 성장은 가능할 것이다.
물론 현재의 성장률이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더욱이 성장 잠재력 하락으로 앞으로 성장률은 더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장기적 구조 개혁의 문제로서, 단기적 경기 부양책으로는 풀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재정 건전성은 성장 잠재력을 위해 중요하다. 지금 한국은 재정 건전성이 갈림길에 서 있다. 외환위기 후 악화됐던 재정 건전성이 지난 정부와 현 정부 들어 급속히 더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통화정책의 독립성도 중요하다. 외환위기 후 시행된 긍정적 개혁 중 하나가 통화정책의 독립성 확보였다. LTV, DTI 등은 위기 전 기업과 금융 부실을 방치한 데 대한 반성으로 도입된 ‘건전성 규제’의 일환이다. 건전성 규제 자체가 단기성 경기 부양책으로부터의 격리가 핵심이다.
일본은 ‘막장’에 몰려서 이런 것들을 포기하고서라도 경기 부양을 택했다. 그러나 한국이 그렇게 하는 것은 장기적 성장 잠재력을 위해 어렵게 쌓아놓은 기반을 허무는 것이다.
새 경제팀 정책의 두 번째 문제는 잘못된 경제 분석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 부진을 기업과 가계 간의 소득 분배 문제로 보는 것이 그렇다. 기업은 돈을 쌓아놓고 있는데, 가계는 돈이 없어 소비 여력이 없으니, 기업 돈이 가계로 가도록 배당과 임금 인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잘못된 분석이다. 기업은 소득 분배의 주체가 아니다. 기업의 돈은 기업 자체가 아니라 주주의 돈이다. 그 돈을 배당금으로 나눠주든 유보금으로 쌓든 마찬가지다. 배당을 않고 유보금을 쌓으면 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른 주가가 소비로 연결되는가가 문제일 뿐이다.
만약 기업의 주주가 모두 가계라면 기업 이윤이나 그 유보금은 자동적으로 가계의 몫이 된다. 이 경우 분배 문제는 노임을 받는 근로자 가계와 주주 가계 간의 문제가 된다. 물론 현실적으로 주주는 가계뿐만 아니라 외국인과 정부도 있기 때문에 문제가 더 복잡하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배당과 유보금으로부터 이익을 볼 수 있는 주주가 너무 소수로서, 일부 우량 대기업에 몰려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우량 대기업은 외국인 주주의 비중도 높다. 지금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우량 대기업의 절반은 외국인 소유다. 그런 우량 대기업의 내국인 주주가 배당을 받음으로써 느는 소비가 얼마나 될까. 그리고 물론 외국인 주주의 한국에서의 소비성향은 ‘0’에 가까울 것이다.
그런 한편 외환 위기 후 근로자 가계의 몫은 줄었다. 국민소득에서 근로자 가계가 차지하는 비율인 노동소득분배율은 1960년대 고도성장 이후 꾸준히 올라갔지만, 1997년 위기 후 급락한 뒤 아직 위기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근로자 가계의 소비 성향이 높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것은 분명 소비 부진의 원인이다. 그러나 소수 우량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을 올려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책이 성공하려면 정확한 상황 인식과 충실한 분석에 근거해서 방향을 잘 잡아야 할 것이다. 방향을 잘못 잡은 정책은 안 하느니만 못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새 경제팀처럼 추진력이 강할 경우 더욱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민 < 연세대 경제학 교수 leejm@yonsei.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