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서울랜드의 '잃어버린 10년'
“기업 활동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불확실성 아닌가요. 서울시가 언제 계약을 파기할지 모르는데 어떻게 투자할 수 있겠습니까.”

본지가 지난 28일자로 단독 보도한 ‘서울랜드, 에버랜드급 테마파크로 키운다’는 기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업계 관계자들이 들려준 얘기다. 서울시는 1988년 과천 서울랜드 개장 26년 만에 신규 사업자를 모집하는 입찰 공고를 이번 주중 내기로 했다. 서울시는 현 운영사업자인 (주)서울랜드 대신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이 들어오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대부분의 놀이시설이 20년이 지나 노후화된 서울랜드 시설을 교체하기 위해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서울랜드 부지를 소유한 서울시와 서울랜드와의 계약상 시설 투자는 서울랜드 몫이다. 서울랜드가 시설 투자에 소홀했던 이유는 뭘까. 원인을 찾기 위해선 10년 전인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서울랜드 개장 당시 서울시는 서울랜드(옛 한덕개발)와 ‘20년 무상, 10년 유상’으로 30년 운영계약을 맺었다. 2004년 20년 무상사용 계약이 종료되자 당시 서울랜드 부지에 디즈니랜드 유치 계획을 세우고 있던 서울시는 10년 유상사용 계약을 파기했다. 결국 소송전이 벌어졌고, 대법원은 2009년 서울시가 10년 유상사용 계약을 거부한 것은 적법하지 않다며 서울랜드 손을 들어줬다. 서울시가 쌍방간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셈이다.

서울시는 또 소송이 진행된 2004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1년씩만 계약을 연장해 줬다. 서울랜드 관계자는 “1년씩만 연장계약을 해주는데 민간 기업 입장에선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기간 서울랜드의 시설 투자금액은 연평균 2억원에 불과했다. 법정 다툼이 있기 전인 1988년부터 2003년까지 연평균 시설 투자금액이 38억원이던 것과 비교된다.

물론 대기업이 새 사업자로 선정돼 대규모 시설 투자를 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민간 기업과의 정식 계약을 파기하는 등 이른바 ‘갑(甲) 행세’를 해왔다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 향후 새 사업자로 어떤 기업이 선정되든 서울시는 지난 10년간 보여준 행태를 더 이상 되풀이해선 안 된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