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나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분위기가 최근 달라졌다. 기존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발언하면 장관이나 수석들이 대부분 고개를 숙이고 받아적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었으나 최근 들어 ‘받아적기’가 사라졌다. 2기 내각 출범 후 지난 22일 처음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이런 장면이 연출됐다.

배석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발언하는 도중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등 한두 명이 간혹 메모하는 모습을 보인 것을 제외하고 다른 장관들은 시종일관 고개를 들고 정면을 응시했다고 한다. 이 같은 분위기는 14일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비슷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변화는 청와대의 사전 조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22일 국무회의 때도 회의 직전 청와대에서 장관들에게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끝나고 별도로 나눠줄 예정이니 굳이 받아적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에 받아쓰기 내각이란 비판이 자주 등장해 회의 분위기를 조금 바꾸는 게 좋겠다는 내부 지적이 있어 그랬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바뀐 회의 분위기 또한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였다는 평이 많다. 한 참석자는 “갑자기 받아적지 말라고 하는 바람에 대부분의 장관이 등을 꼿꼿이 세운 채 경직된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는 또 다른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