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23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 남은 실종자 10명의 이름이 적힌 노란 깃발과 노란 리본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23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 남은 실종자 10명의 이름이 적힌 노란 깃발과 노란 리본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죽을 수 없어 삽니다. 아이가 돌아올 때까지는요….” 외아들인 현철이를 애타게 기다리는 남경원 씨(45)는 아이 얘기가 나오자 말끝을 흐리며 한참을 허공만 올려봤다. 그는 “세간에는 유병언의 죽음으로 떠들썩하지만 우리 관심사는 오직 가족을 찾는 것”이라며 “한시라도 빨리 아이와 함께 집에 돌아간다면 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23일 전남 진도실내체육관. 사고대책본부가 차려진 이곳에는 아직도 시신을 찾지 못한 열 가족이 남아 있다. 통곡소리로 가득했던 체육관은 한산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빈자리가 늘어갈수록 우리가 체육관에 마지막으로 남을까봐 두렵다”고 했다.

◆약으로 버티는 실종자 가족들

아직도 가족을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의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됐다. 분노와 절망은 울화병으로 도져 매일 약을 먹으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뇌종양 수술을 미루고 눈물로 딸을 기다리는 다윤이 엄마 박은미 씨(44), 사고 다음날 아들을 찾은 줄 알았다가 다른 아이로 확인된 뒤 지금껏 진도에 머물고 있는 아버지 박정순 씨(46) 등 저마다 애절한 사연을 안고 날마다 맹골수도 사고해역으로 달려가 잠수사들의 수색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자원봉사자도, 구호물품도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 4월 2000명이 넘었던 자원봉사자는 지금 60명 정도다. 진도우체국 관계자는 “사고 초기엔 밀려드는 구호물품으로 정신없었는데 지금은 하루 3~4건이 전부”라고 말했다.

◆위기에 빠진 진도 경제

농수산업과 관광으로 살아온 진도 경제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긴 데다 지역 수산물에 대한 기피 현상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도군 수협 서망위판장의 위판액은 지난해에 비해 반토막 났다. 지난해 위판액은 5월 62억4800만원, 6월 10억9400만원. 하지만 올해는 5월 38억4400만원, 6월 5억1700만원으로 줄었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진도군 범군민대책본부위원회’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지난달 말까지 관광객 및 어업소득 감소에 따른 피해액이 898억3300만원으로 집계됐다. 관광객은 지난 4~5월 2만30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만1000여명에 비해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진도대교 입구에서 해산물식당 ‘통나무집’을 운영하는 권윤숙 씨(59)는 “지난해 5~6월엔 하루 매상이 100만원대였는데 올해는 10만원도 힘들다”며 “대규모 수학여행단이 취소해 개점휴업 상태”라고 했다.

◆단원고 2학년 교실 텅비어

이날 오후 세월호 참사를 당한 경기 안산시 고잔동 단원고. 지난 21일부터 기말고사 시험기간이라 한산했다.

생존학생학부모 대책 사무실을 드나드는 생존 학생 학부모들만 간간이 눈에 띄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학교 건물 2, 3층에 있는 2학년 10개 교실은 텅 비어 있다.

책상에는 비닐종이로 싼 국화꽃이 한 송이씩 놓여 있고 칠판과 교실문에는 친구를 애타게 기다리는 메시지가 적힌 메모지가 가득 붙어 있었다.

진도=최성국 / 안산=김인완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