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회장의 시신과 함께 발견된 흰색 운동화와 그의 자서전 제목 ‘꿈같은 사랑’이 적힌 천 가방(위), 소주병. 연합뉴스
유병언 전 회장의 시신과 함께 발견된 흰색 운동화와 그의 자서전 제목 ‘꿈같은 사랑’이 적힌 천 가방(위), 소주병. 연합뉴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동안 그를 쫓은 검·경 수사력은 물론 공조체계에도 큰 허점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경은 변사체가 유 전 회장으로 밝혀진 지난 21일 오후까지 전혀 변사체와 유 전 회장의 관계를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자(死者)를 쫓아 40일간 수사력을 낭비한 셈이다.

경찰은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 매실밭에서 시신을 발견한 뒤 제대로 된 초동수사를 벌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발견된 유류품에 구원파 계열사가 만든 스쿠알렌 등이 있었음에도 경찰은 이를 면밀하게 분석하지 않았다. 그가 입고 있던 점퍼와 신발이 고가의 명품이라는 점도 지나쳤다. 게다가 유 전 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그의 행적이 마지막으로 끊긴 송치재 별장에서 불과 2.5㎞ 떨어진 위치였다.

변사체 사건을 접수하고 지휘한 검찰 역시 비난의 화살을 피하긴 힘들다. 이 사건을 접수한 순천지청 역시 유 전 회장과의 관계를 의심치 못하고 일반 변사사건으로 처리했다.

검·경의 수사공조 체계에 허점이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경은 지금까지 유 전 회장 검거와 관련해 서로 협조하면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순천에서 변사체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해당 사건을 맡은 인천지검 검거팀에 알리지 않고 일반 사건으로 처리했다.

경찰은 이날 변사체 수사를 담당한 전남 순천경찰서장을 지휘감독 책임을 물어 전격 직위 해제 조치했다.

김태호/양병훈 기자 highkick@hankyung.com